<소설> 벤처기업 (258)

 몇 년 전에 내가 다녔던 동양컴퓨터산업사의 최 사장이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로마의 술집에 들렀던 이야기를 한 일이 있었다. 그때 여자를 데리고 술을 마시려고 했는데, 여자에 따라 등급이 있어서 부르는 값이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그곳의 등급은 유방의 크기에 따라 달랐다고 한다. 유방이 큰 여자일수록 값이 비쌌다. 유방을 만지게 한 것도 아닌데 왜 유방의 크기에 따라 달랐는지 모르겠다고 최 사장은 고개를 꺄웃했다. 그것에 비해서 일본 게이샤의 값이 젊은 나이일수록 비싼 것은 유방 크기에 따른 것보다 더 합리적일지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게이샤는 샤미센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대부분 전래 동요가 많았고, 어느 것은 가부키에서 들었음직한 옛 노래도 섞여 있었다. 누마몬은 샤미센도 잘 켜고 노래도 잘 불렀다. 빼어난 외모에 그만한 솜씨면 TV를 비롯한 매스컴에 나가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지만, 그것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게이샤는 한 시간 정도 놀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게이샤가 일어설 무렵에 스즈키가 나에게 물었다.

 『사장님, 어떠세요? 더 들으시려면 더 있게 하겠어요.』

 『됐습니다. 충분히 들었어요.』

 『그리고 원하시면 이 여자와 잘 수도 있어요. 원하세요?』

 스즈키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사무적으로 그렇게 묻는 말을 듣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정말 내가 원하면 그녀를 붙들어 놓을 듯했다. 내가 기겁을 하고 손까지 내저으면서 사양했다. 과장된 나의 거절은 마치 내 마음을 들킨 기분이 들어서 더 완강했는지 모른다. 게이샤 누마몬은 짙은 화장으로 처음에는 거부감을 주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을 주었다. 그녀의 청아한 노래솜씨라든지 능숙한 샤미센 연주를 들으면서 호감이 들었던 것이다. 나의 그런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스즈키가 물었던 것이다. 게이샤가 떠난 후에도 스즈키와 나는 계속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양주 한 병을 모두 비울 때쯤 해서 우리는 모두 취했다. 실제 나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많이 마셨는지 모를 일이었다. 스즈키와 술잔을 주고 받으면서, 내가 여자에게 질 수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연거푸 비웠던 것이다. 스즈키는 나보다 주량이 한 수 위였다. 그러나 그녀 역시 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발그랗게 취기가 오른 그녀의 뺨과 흐릿하게 초점을 잃은 눈이 보였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