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유통부문.. 가전 유통

 97년말에 터진 IMF사태라는 반갑지않은 국가 금융위기는 전자유통업계를 급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2년이 채 안되는 동안 전자유통 환경변화는 향후 4∼5년동안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을 한꺼번에 끌어내 혼돈의 상태를 겪게 했다. 국가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올해들어 경기회복세를 보이자 전자유통업계도 다소 안정을 찾고 있기는 하지만 IMF에 따른 충격이 워낙 커 구조재편과 이를 통한 안정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은 전자유통분야의 이같은 상황의 연속에 새로운 유통채널의 등장으로 어느 때보다 혼돈과 변화의 시기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유통시장을 분야별로 조망해본다.

<편집자>

 가전유통은 그동안 가전업체의 전속대리점을 중심으로 유지돼 왔다. IMF이전만해도 가전제품 판매의 70% 정도가 이들 대리점과 대리점이 관리하는 계열점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리점 외에는 양판점, 백화점 등이 10% 미만의 수요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군납이나 연금매장, 농협 등 특수판매와 직판이 나머지 수요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도는 97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요인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창고형 할인점이 이 시기에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창고형 할인점은 반경 10㎞이내의 유통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해당지역 대리점의 급격한 몰락을 가져왔고 이들이 내세우는 저가정책은 전문상가나 양판점, 백화점의 가격경쟁으로 번져 전체 대리점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 하나의 요인은 IMF사태. 급속히 냉각된 경기는 채산성 악화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가전유통점들에는 업친 데 덮친 격이었다. 가전 3사를 기준으로 97년 11월까지만해도 4000개를 넘어서던 전속 대리점들은 97년말 300여점, 98년 한해동안 500여점, 99년들어서도 200여점이 줄어들어 모두 25% 정도 감소했다. 이제 전속대리점의 매출비중은 회사별로 50∼60%에 머물고 있으며 이같은 비중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가전유통 환경의 변화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혼돈의 연속」이다. 우선 창고형 할인점의 수적 확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창고형 할인점은 연말까지 10여점이 늘어나고 내년에도 20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80점에 이르는 이들 창고형 할인점의 영향력은 이제 대도시권을 넘어서 전국 중소도시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창고형 할인점만큼 기존 가전유통체계에 변수로 등장할 유통형태는 사이버유통과 통신판매 등 무점포 유통채널이다. 케이블TV 홈쇼핑으로 가전제품과 컴퓨터 등의 매출이 월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카드회사들과 연계해 다이렉트 메일을 이용한 가전제품 판매도 성장일로를 걷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새로운 유통채널로 등장한 사이버쇼핑몰이 가전유통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케이블TV 홈쇼핑이나 통신판매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10개 쇼핑몰에서 가전제품을 취급하면서 판매를 늘려나가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2000년부터 나타날 잠재력에 대한 평가는 실로 엄청나다. 삼성전자가 전자상거래 팀을 구성하고 이미 시범 운영에 들어간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현재 LG전자도 단순한 쇼핑몰 운영에서 기존 유통망과 보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사이버 쇼핑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2000년의 또 다른 변화로는 백화점의 가전시장 점유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가전매장을 수수료매장으로 전환하고 있으나 신업태나 양판점, 사이버쇼핑 등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업계에서는 국산 화장품 매장이 주요 백화점에서 사라진 것처럼 점차 국산 가전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백화점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백화점 매장은 외산 제품 등 고수익상품 중심의 특수매장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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