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전자정부.. 24시간 원스톱 서비스 "열린 행정"

 2003년 1월. 서울 광진동에 사는 A씨는 동사무소나 구청을 방문하지 않고 안방에 앉아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주민등록등본 발급 신청을 한후 전자서명을 했다. 그러자 곧바로 프린터에서 주민등록등본이 인쇄돼 나온다.

 공무원인 B씨 역시 집안에 일이 있어 재택 혹은 원격근무를 한다고 통보하고 가정에서 업무를 보았다. 또 부처간 회의도 한자리에 모일 필요 없이 영상회의시스템을 통해 참여하면 그만이다.

 소액심판을 준비중인 C씨 역시 법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소송관련 서류를 메일로 주고받으며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구청 또한 민원에 관한 결정사항을 실시간 메일로 전송하고 복잡한 사항은 재론을 요청한다.

 다가오는 21세기. 사이버월드시대로의 진입을 불과 3개월 앞둔 지금 세계 각국은 「제도와 규제」로 통치하는 과거의 낡은 정부 형태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사회·경제·문화 등 인간 사회 전반에 걸친 지식과 정보를 앞세운 전자정부의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바로 이제까지의 관료주의 및 관료주의에서 오는 비효율을 없애고 행정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 물론 국민 서비스 질을 높이고 이를 통한 「열린정부」의 구현이 전자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다.

 미국은 이미 지난 93년부터 정보기술을 통한 정부의 리엔지니어링을 적극적으로 추진, 상당한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팰러앨토. 팰러앨토는 모든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한편 고속 네트워크시스템을 도입, 행정업무 전반을 자동화해 인터넷상에서 모든 민원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전기료·수도료 납부와 같은 사소한 민원에서부터 사업자 등록이나 건축허가 등 모든 행정업무를 24시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팰러앨토시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자도시의 대명사로 불리게 됐다. 실리콘밸리가 하루에도 수많은 벤처기업을 쏟아내며 세계 정보기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것도 바로 이같은 전자정부의 역할이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다른 선진국가들도 앞다퉈 전자정부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선진7개국(G7)이 오는 2000년 완료를 목표로 「정부온라인(GOL)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전자정부 구현을 서두르고 있다.

 선진7개국이 공동으로 추진중인 GOL프로젝트는 특히 회원국 정부간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인터넷을 통한 전자행정서비스 및 통신·금융서비스까지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사이버정부 아래 거대한 디지털 경제권을 형성, 지구 전체를 하나의 사이버 국가체제로 가자는 것.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G7국가들은 국경에 제한 없이 행정·경제·사회 등 모든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영국에 지사를 설립하려는 프랑스 기업은 영국의 해당 지방정부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모든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프랑스에 진출하려는 영국 기업 역시 프랑스 해당지역을 방문하지 않고도 모든 행정업무가 가능하다.

 따라서 G7국가들의 전자정부 프로젝트인 「GOL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오는 2001년쯤이면 그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와 전자정부의 결합된 힘이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사이버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란 얘기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고속망인 「나라넷(NARA­NET)」 구축사업과 소프트웨어(SW) 인프라 스트럭처로 대변되는 「네이션웨어(NationWare)」 구축사업을 벌이며 사이버시대의 전자정부 구축을 위한 기반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나라넷은 중앙행정기관과 자치단체·공공기관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으로 현재 정부 세종로청사를 비롯해 과천·대전청사의 39개 중앙행정기관, 35개 자치단체 및 소속기관, 13개 공공기관, 7개 민간기관 등 총 94개 기관을 ATM망으로 연결한 것. 최근에는 행정자치부와 각 시·도 및 시·군·구간 전용회선망은 물론 주민망·부동산망·자동차망 등 행정부처·헌법기관·입법부·사법부망을 연계하는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네이션웨어 역시 기존 국정보고시스템과 통합전자결재시스템인 「나라(NARA)21」 시스템을 결합, 행정기관의 전자결재와 일반 국민의 민원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으로 △뉴스정보 조회가 가능한 나라뉴스 △정부소식과 공지사항·정부행사 등을 검색할 수 있는 국정상황판 △대통령 지시사항·심사평가과제 등 추진실적을 열람할 수 있는 정책정보 △온라인으로 각종 설문조사와 결과를 다양한 통계표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설문 등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자정부 구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도 정비는 물론 추진 주체가 불분명하며 행정정보화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문서포맷이 서로 다르게 추진되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추진주체를 놓고는 현재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가 부처이기주의로 전자정부 추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논의 자체가 1년만에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전자정부 구현의 「고삐」를 죄지 않으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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