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디지털 언어.. "자바 물결" 출렁

 가볍고 유연하며, 표현력이 풍부하고 이식성이 뛰어난 언어. 자바가 21세기 컴퓨터·가전·통신 등 전자업계 전반을 장악할 차세대 디지털 언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소형 가전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소박하게」 출발한 자바는 불과 2∼3년만에 웹·인터넷 환경의 급격한 확산을 타고 소형 정보가전에서부터 기업의 대규모 정보시스템을 아우르는 21세기 인터넷 시대의 주역으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자바는 차세대 디지털 언어의 필수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객체지향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이식성과 표현력이 뛰어나면서도 C˙˙ 등 기존 객체지향 언어에 비해 복잡성이 제거돼 쉽고 유연한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멀티미디어·네트워크화·다중사용자·분산환경 등이 특징인 인터넷 시대에 가장 적합한 언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따라서 자바의 영역 확대는 컴퓨터·통신·가전·자동차·의료 등 전업종에 걸쳐 이뤄지고 있으며 개인휴대단말기(PDA)·핸드헬드PC·팜컴퓨터 등 차세대 이동 정보 단말기에서부터 통신장비, 대형 컴퓨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단말기 형태에 관계없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스리콤사는 지난 6월 자사 PDA 「팜파일럿」에 자바를 채택키로 결정했으며 모토롤러, NTT도코모 역시 양방향 호출기, 무선 통신기기와 세트톱 박스에 자바를 채택키로 하는 등 차세대 정보 단말기 업체들이 자바진영에 적극 합류하고 있다.

 오라클·IBM·HP·아메리카온라인(AOL) 등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일제히 자바를 이용한 정보시스템 구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포드·제너럴모터스·도요타 등 자동차 업계의 핵심 5개사가 자바에 기반한 자동차 멀티미디어 시스템 아키텍처를 개발키로 하는 등 자바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자바의 종주국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주장하는 「모든 곳에 자바를(Java Everywhere)」이라는 슬로건이 차츰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은 최근 엔터프라이즈 환경을 위한 자바2 엔터프라이즈 에디션(J2EE), 데스크톱 환경을 위한 자바2 스탠더드 에디션(J2SE), 소형 정보가전 및 임베디드 시스템을 위한 자바2 마이크로 에디션(J2ME) 등을 내놓으면서 전방위적인 자바 확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핫스폿」이라는 자바가상기계(JVM)를 이용해 자바 성능을 30% 이상 개선, 속도가 다소 느렸던 기존 단점을 보완했으며 기업 정보시스템 구동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자바빈즈(EJB) 기술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드파티 협력사들을 중심으로 한 자바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크게 늘고 있다. 오라클, 인포믹스, 사이베이스, IBM 등 주요 데이터베이스(DB) 업체들은 자사 DB 엔진을 자바로 구현하거나 자바 연동기술을 집어넣고 있으며 BEA, 인프라이즈, 실버스트림 등 미들웨어 및 애플리케이션 서버 전문업체들은 EJB를 완벽하게 구현한 자바기반의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자바 개발환경이 호전되면서 자바로 짜여진 업무용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한 분야에서 출시되고 있다. SAP·오라클·피플소프트·바안 등 주요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들은 자사 ERP를 자바 코드로 바꾸거나 일부 적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오피스 패키지, 지식관리시스템(KMS) 등의 분야에서도 자바 기반 제품군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블루엣인터내셔널이 국산 자바개발툴 1호인 「블루엣1.0」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블루웨이브사가 「블루웨이브」 인트라넷 패키지를, 사이버다임이 자바기반 EDMS인 「닥스웨어」를, 아로마소프트가 자바 전용 운용체계인 「티폿」을 개발하는 등 30여개에 이르는 국내 개발업체들이 자바 흐름에 합류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자바가 21세기 인터넷 시대의 진정한 디지털 언어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자바 자체의 기술 발전이나 응용분야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자바가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면적인 채택보다는 테스트 차원에서 일부 수용하거나 특정 업무부문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활용면에서 질적인 비약을 이룰 수 있는 획기적인 참조사례가 요구된다.

 또한 자바의 위상을 단순 개발언어로 끌어내리고 자바의 영향력을 윈도 사정권 안으로 끌어 들이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기술·마케팅 전쟁을 끊임없이 벌여야 하고 이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또한 MS의 윈도에 대항해 HP·IBM 등이 자바진영으로 결집하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바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관계가 적지 않아 자바 확산을 위해 세력을 결집하는데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선이 자바에 대한 모든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현실과 윈도와 자바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IT업체들의 양다리 전략에서 기인하는 것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바의 주창업체인 선이 보다 과감한 개방과 지원으로 자바세력을 강력하게 끌어들이는 것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바가 21세기 디지털 언어의 대표주자로 등극하는 데는 큰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바를 대체할 만한 유연하고 이식성 좋은 언어가 당분간은 출현하기 어려운 데다 자바 역시 환경 변화에 따라 내부 진화를 겪으면서 가장 최적화된 디지털 언어로 거듭나고 있어 자바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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