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각국은 차세대 인터넷의 지구촌본부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통신망 구축은 곧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1세기에 국가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더 빠르고 더 촘촘한 초고속 정보통신의 그물망을 짜야 한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가 되면 인터넷 트래픽이 전체 통신망 트래픽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인터넷으로는 폭발적인 데이터 트래픽의 증가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 TCP/IP네트워크는 너무 느린데다 보안성이 없고 동영상 정보를 실어나르는 데 한계가 있다. 네티즌들은 느림보 월드와이드웹을 「World Wide Wait」라고 빗대어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병목현상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고성능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정부와 대학, 연구소의 삼각협력체제를 갖추고 차세대 인터넷 구축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차세대 인터넷은 국가별로 세부 시스템 구성이 다르지만 전체적인 밑그림은 같다. 망 혼잡, 서비스 지연, 주소 고갈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고속·고성능의 인터넷이 공통의 목표다.
차세대 인터넷의 선두주자는 역시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지난 96년 10월부터 연방정부·업계·학계가 NGI(Next Generation Internet)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과 프로토콜을 개발해 인터넷의 신뢰성·경제성·보안성을 높이고 데이터 전송속도를 현재의 100∼1000배로 증가시킨다는 것이 NGI의 출발점이다.
대학차세대인터넷개발협회(UCAID)가 주도하는 인터넷2는 NGI보다 더 빠른 꿈의 네트워크로 초당 2.4GB로 일반 다이얼업 모뎀과 비교하면 무려 8만500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실어나르게 된다.
병목현상이 없고 공중파TV 수준의 자연스러운 비디오 스트리밍과 생생한 3D 음질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미래형 네트워크다. 인터넷2를 이용하면 디지털 도서관, 원격지 수술, 무인제조와 영상회의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시카고와 LA의 화학자가 함께 분자 조작실험을 하면서 영상으로 의견을 주고받거나 뉴욕의 환자를 워싱턴에서 진찰할 수 있게 된다.
한동안 「아빌렌(Abilene)」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인터넷2 프로젝트는 지난 96년부터 약 5억5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디애나대학을 네트워크 OS센터로 미국 전역의 117개 대학 및 25개 기업 연구단체, 정부기관들을 연결한 초고속 인터넷프로토콜(IP)의 백본은 이미 올해 초 개통됐다.
인터넷2는 물리적 기반으로 초고속 백본 네트워크 서비스(vBNS)를 사용한다. vBNS를 초고속 기간망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용되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접속구조로는 이외에 기가팝(GigaPOP)이 쓰인다.
인터넷2 백본에는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의 광섬유 네트워크가 깔렸고, 시스코시스템스와 노텔(Nortel)네트웍스의 새로운 고속 네트워킹 기술이 제공됐다. 또 스리콤·MCI커뮤니케이션스 등 굵직굵직한 정보통신업체들이 물주로 나섰다. 인터넷2와 오는 2002년 완성될 계획인 NGI는 통합될 예정이다.
캐나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이전인 80년대 말부터 CANARIE(CAnadian Network for the Advancement of Research, Industry and Education:연구·산업·교육 발전을 위한 캐나다 네트워크)라는 비영리 컨소시엄을 구성, 학술과 연구 목적의 CA*net을 구축했다.
이 국가망은 지난 97년 초 인터넷 서비스를 수용해 CA*net2로 발전했고 지금은 CA*net3로 진화하고 있다. CA*net3는 인터넷에 광대역 네트워크 기술을 결합시킨 「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의 UCAID와 CANARIE가 맺은 계약에 따라 CA*net3는 인터넷2 망과 연동될 계획이다.
유럽도 정보선진국 미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연구소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유럽 전역을 연결하는 고속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TEN34 및 TEN155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34Mbps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고속 인터넷 TEN34는 영상회의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방송에도 이용될 계획이다. TEN34는 장기적으로 155Mbps까지 속도가 향상되는 TEN155 네트워크로 대체된다.
TEN155는 IP와 ATM기술의 장점을 조합해 구축되고 있으며 고도의 서비스 품질을 요구하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도 차세대 네트워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우정성은 일본전신전화(NTT)·마쓰시타전기산업·게이오대학과 함께 내년부터 21세기형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2001년 말까지는 동영상을 원활히 송신할 수 있고 복잡한 PC 조작이 불필요한 차세대 인터넷이 실용화된다.
일본이 차세대 네트워크 조기 실용화 방침을 세운 것은 미국에 뒤져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초고속 네트워크는 물론 개인 이용자의 네트워크 환경을 정보송신업체에서 확인,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자동 전송하는 기술 등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계획으로 초고속 정보통신 네트워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정부는 APII(Asia Pacific Information Infrastructure) 백본망을 통한 아시아지역 국가간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PAN이란 미국의 NGI·인터넷2 등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발맞춰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97년 7월 설립된 단체. APAN 한국협의회는 미국·일본 등 외국과 국내 주요기관간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하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각종 응용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APAN 한국협의회는 또 국내 인프라인 선도시험망(KOREN)을 이용해 디지털비디오·멀티캐스트·IPv6와 같은 고성능 응용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아시아를 포괄하게 될 차세대 인터넷 APAN은 인터넷2·CA*net3를 비롯, 유럽의 TEN34 등과 연동될 계획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미주지역과 시범망을 개통했고 곧 250Mbps급의 차세대 인터넷 시범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러한 대륙별 프로젝트들은 세계를 하나로 묶어 말그대로 지구촌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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