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기기.디지털가전, "부품 파동" 언제까지…

 「부품파동 언제까지 갈 것인가.」

 갑작스런 부품파동이 부품업계와 전자·정보통신업계를 휩쓸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쇼크의 터널을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올해 상반기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전반적인 경기호조에 따른 결과다.

 물론 모든 부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주로 이동통신기기·디지털가전 등에 채택되는 부품이 파동의 주도세력. 세라믹부품·집적회로(IC) 등은 지난 7·8월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알루미늄·탄탈룸 전해콘덴서와 적층형칩세라믹콘덴서(MLCC) 등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레 언제까지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부품업계가 기울이는 관심은 고민 수준이다. 수요에 맞춰 생산을 조절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호황이라고 해서 당장 설비투자에 나설 수만은 없다. IMF 상황에서의 실적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더욱 못마땅하다. 부품업체들의 행복한 표정 뒤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

 △현상 =올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세트 증산 바람은 부품업체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IMF 상황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세트업체들의 생산확대는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 실제로 부품업체들은 지난해 60%대에 머물렀던 공장가동률을 올해 2·4분기부터 90%대로 끌어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요와 공급은 균형이 잡힌 상태였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수요가 공급을 간단히 앞질러버렸다.

 현재 잘나가는(?) 알루미늄 전해콘덴서의 경우 업체들의 공장가동률이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30∼50% 정도 수요초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다. 탄탈룸 전해콘덴서와 MLCC 등 국내 생산업체가 많지 않은 품목들의 경우 풀가동에도 불구하고 50% 이상 품귀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믹부품·IC 등은 한두달 전부터 품귀조짐을 보인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원인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세트 물량의 증가다. 내수는 물론 수출물량까지 늘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기기와 디지털 가전 부문은 초호황장세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업체들은 물론 중소업체들까지 생산량 확대를 꾸준히 추진중이다.

 재고량이 바닥난 것도 부품파동의 한 요인이다. IMF 한파로 97년 말부터 부품업체들의 생산량은 이전의 거의 절반수준이었다. 세트물량이 줄어든 데다 부품업체들 역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재고가 쌓일 틈이 없었다.

 국내 부품산업의 인프라 부실은 일부 부품의 극심한 품귀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탄탈룸 전해콘덴서의 경우 생산업체가 두곳뿐이라 세트업체들의 갈증 해소는 현재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세트업체들의 가수요와 사재기도 품귀를 부채질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부품업체들이 나름대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전망 =부품파동의 끝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어려운 질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현상이 최소한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세트 증가에 따른 부품부족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부품산업의 메카인 일본에서조차 공급이 달린다고 업계는 전하고 있다. 수입조차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부품파동을 단시간 안에 잠재울 만큼 국내 부품산업의 기반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부품업체들이 지금부터 설비투자에 들어간다 해도 올해 안에 공급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산설비 구축에는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부품업체들이 신규투자를 심각히 고려하는 단계도 아니다.

 부품파동의 마감은 세트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부품업체들이 공급을 늘리거나, 둘 가운데 하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선권은 세트업체들에 있다. 매년 10월은 다음 연도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달이다. 부품업체들은 세트업체들의 사업계획서 작성이 시작되는 다음달쯤이면 부품파동의 그림자가 어디까지 드리워질 것인지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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