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벤처지원 포럼]벤처캐피털, 어떤기업에 투자하나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은 지난 14일 오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대회의실에서 9월 행사를 열고 「벤처캐피털, 어떤 기업에 투자하나」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공종렬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장을 비롯해 연병선 한국IT벤처투자 사장, 도용환 STIC 사장, 전일선 한국드림캐피털 사장,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 이정식 한국개발투자금융 사장 등 정보기술(IT) 벤처기업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창투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토론에서는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간의 동반자적 관계 구축 등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오해석(사회·숭실대 교수)=IMF이후 크게 위축됐던 벤처투자조합 결성이 최근들어 정통부 등 공적자금 투입으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특히 정통부는 IT전문투자조합 결성을 주도, 올해안으로 IT전문펀드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많은 벤처기업들로선 기대가 클 것입니다. 그러나 리스크가 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입장에서 보면 옥석을 구분, 투자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어떤 벤처기업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토론해보죠.

 △곽성신(우리기술투자 사장)=저는 벤처캐피털의 역할과 투자전략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벤처캐피털의 역할은 대개 기술력에 의존하는 벤처기업에 자금과 마케팅, 경영 등을 지원하는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업에 자금 지원 외에도 회사운영에 발을 반 정도는 들여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벤처캐피털은 또 기업과 투자가들의 중간조정자며, 벤처기업에 생산기반이나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선 규모가 좀 더 커져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기업에 대한 총체적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두번째로 투자전략은 벤처캐피털들이 보다 전문화돼야 하고 초기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규모의 펀드로 국내외 대형 펀드들과 경쟁해야 하고 갈수록 고도화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죠. 저희 같은 경우는 아예 인터넷, 반도체, IT 등 3개팀으로 나누어 통신솔루션, 콘텐츠 등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경우 기술우위성, 성장가능성, 사업유망성 면에서 가능성있는 분야라 생각하지만 인터넷도 결국 경제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외국의 경우를 봐도 21세기 유망분야의 제1순위는 항상 IT의 몫입니다. 그 외에 유망분야로는 디지털가전, 생명공학, 자동차의 인텔리전트화 등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유망분야라고 반드시 꼭 투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아이템 외에도 기업가의 도덕성, 정직성 등 여러 조건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정식(한국개발투자금융 사장)=저는 벤처캐피털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제조업체에서 17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한 기업이 성장하고 위기에 빠지는 과정을 몸소 체험했고 30개 정도의 벤처기업에 투자했던 산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벤처캐피털보다는 기업의 입장에서 얘기하겠습니다. 우선 벤처캐피털이 투자할 벤처기업의 조건을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기업가의 도덕성 부분인데 이상적으로는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0∼30대 젊은 벤처기업가들에게 도덕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쉽게 보장받기 어려울 뿐더러 구조적으로 한계가 많습니다.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의 동반자적 관계가 강조되는데 실질적인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사회=확실히 제조업체에서 오래 근무하셔서 그런지, 수요자(벤처기업)의 입장에서 좋은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엔 현재 자본유치를 원하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토론의 방향을 좀 바꾸어 볼까요.

 △연병선(한국IT벤처투자 사장)=현재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에 대한 평가 기준은 미국 등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가령 외국의 경우 벤처캐피털이 마케팅이나 경영, 관리, 회계, 정보 등 비즈니스에 대한 지원을 잘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는데 반해 국내 벤처기업들은 매각주식(지분)의 프리미엄을 높게 쳐주는 곳을 선호합니다. 우리나라는 또 프리미엄에만 너무 신경을 써 리턴(수익)에 대해선 책임을 안지는 경우가 많지만 선진국에선 보통 공개(IPO) 전후에 4단계의 평가를 거치며 초기 계획치에 미달하면 제재까지 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벤처기업들의 자금확보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리턴에 더 치중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고수익 창출은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지요. 결국 벤처캐피털­벤처기업­투자자(코스닥)들이 수익을 공유하는 트리플윈(윈­윈­윈) 전략이 벤처투자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하면 장기적으로 성장성 높은 신생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입니다.

 △사회=연 사장께서 윈­윈­윈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선보였는데 좋은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일선에서 벤처투자를 진두지휘하는 벤처캐피털 사장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결국 벤처기업들은 벤처캐피털의 각종 지원을 간섭으로 생각하지 말고 같이 살기 위한 동반자적 지원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는 곧 벤처기업가들의 정직성과 맞물려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정책당국자인 공 국장께서 한말씀 하시죠.

 △공종렬(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여러 벤처캐피털 사장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한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보통 벤처캐피털들이 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이 마케팅­사업계획­기술 순인 것으로 아는데 국내 벤처캐피털은 이윤을 너무 중시하는 것 같아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특히 펀드 규모가 대형화하는 것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상호 연관관계를 갖고 맞물려 돌아가는데 이는 우리도 풀어야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궁금한 것은 벤처캐피털들이 투자기업 자체가 상품인지 아니면 기업이 생산, 판매하는 것이 상품인지 혼돈이 됩니다. 확실히 한 쪽을 택하는 것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이든, 캐피털이든 무엇을 성공으로 봐야 하는지 기준이 애매한 것 같습니다. IPO를 통한 수익률인지, 기업의 어느 수준을 성공으로 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사회=공 국장님의 지적은 크게 마켓사이즈, 상품화전략, 성공의 기준 등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사장님들이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전일선(한국드림캐피털 사장)=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투자기업의 마켓사이즈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마켓사이즈보다 기업가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은 마켓부분은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지요. 벤처캐피털이 기업, 제품 중 무엇을 상품으로 보느냐는 부분은 저는 당연히 기업이 상품이라고 봅니다.

 또한 어디까지를 성공으로 보느냐는 문제는 어떻게 이윤을 추구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많이 팔아 돈을 많이 번 것을 성공으로 봐야겠지요.

 △도용환(STIC 사장)=공 국장께서 벤처캐피털들이 마케팅에 소홀히 한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투자회사들이 마케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팔리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 보다는 저는 벤처캐피털의 사이즈가 더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캐피털 규모를 키우면 전문성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정부가 민간업체와 매칭 형태로 펀드를 조성하면서 투자집행 기간을 한정, 펀드 규모를 키우는데 리스크가 크다는 점입니다.

 또 벤처기업의 상품 문제는 제생각엔 둘다 상품이라고 봅니다. 둘 다 잘 키워야 투자가 성공하는 것이니까요. 벤처기업의 성공은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을 성공으로 봐야지요. 개별기업의 성공이 모여 국익에 도움이 되고 그래야 정부정책도 성공하는 것 아닙니까.

 △사회=오랜시간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토론을 종합하면 벤처기업가의 경영능력과 도덕성이 벤처캐피털을 유치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란 생각이 듭니다. 벤처기업들은 대개 기술력은 좋으나 마케팅, 경영능력, 재무관리 수준이 낮기 때문에 벤처캐피털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고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 집중 지원을 받으면 성공을 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매커니즘이 보다 일반화돼 국내서도 벤처기업 투자성공 사례가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정리=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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