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의 기업이나 상점들이 몰려 있는 지역을 영어로 앨리(Alley)라고 한다. 세계적인 곳으로는 뉴욕의 틴팬(TinPan)골목이 꼽힌다. 틴팬앨리는 수백, 수천의 악보 출판사와 악기상들이 몰려있는 곳. 80년대까지 서울 청계천 3∼7가의 서점가를 연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렇게 보면 종로 3가와 청계천 4가를 잇는 세운상가 그리고 도쿄의 아키하바라도 앨리의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는 이같은 앨리가 최소한 서너개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샌타클래라지구에 형성된 실리콘밸리도 사실은 틴팬앨리가 모델이 됐다. 휴렛패커드 등이 창업되던 1930∼40년대 초창기는 아니더라도 입주기업이 100개가 훨씬 넘어선 70년대 캘리포니아주정부는 인근 팰러 앨토·레드우드·새너제이·쿠퍼티노 등을 묶어 체계적으로 확대 조성키로 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뉴욕의 틴팬앨리를 참조했던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밸리」라는 말은 동부의 밀집형 단지(앨리) 개념이 서부의 광활한 지역에 적용되면서 붙여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90년에 들어서면서 이번에는 뉴욕시 일대, 특히 맨해튼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의 모델을 도입한 새로운 앨리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름하여 실리콘앨리. 이곳에 몰려드는 기업들은 대개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 기반회사들로서 주로 신생업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차이는 적어도 이곳 기업들을 벤처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 서울 강남의 포이동 일대를 칭하는 포이밸리가 이 실리콘앨리에 가깝다고나 할까. 하지만 포이밸리내 기업들이 어떤 조직적 유대감이 거의 없는 반면 실리콘앨리 기업들은 뉴욕뉴미디어협회(NYNMA)를 조직해 인력과 기술 그리고 리스크 공유체계, 즉 실리콘밸리식 자생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실리콘밸리와 실리콘앨리는 서로 장점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왔음을 볼 수 있다. 조급하게 계획을 세우지도 않고 정부나 특정기업인이 일방적으로 주도하지도 않으며 기업들 역시 거대자본이나 권력에 기대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여러 면에서 호조건을 갖추고 있는 대덕밸리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받아들여 배워야 할 점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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