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뉴욕포스트」지는 시가총액 순으로 3명의 거액 개인투자가를 발표했다.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으로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290억달러에 달했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워런 뷔펫이 180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MS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으로 그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100억달러에 이르렀다. 폴 앨런은 빌 게이츠와 하버드대학 선후배 사이로 75년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공동설립했고 MS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업체로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80년 초 MS가 MSDOS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을 때 빌 게이츠와 함께 잠시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83년 MS를 떠난 후 줄곧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다시 미국의 주요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시애틀 타임스·뉴스위크 등 미국내 언론들은 폴 앨런이 다시 정보기술(IT)업계로 돌아왔다고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그는 MSDOS를 개발한 개발자로서가 아니라 에인절로 IT업계에 다시 복귀했다.
폴 앨런은 자신이 설립한 벤처투자기업 「벌칸 벤처」를 통해 IT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중이다. 그는 케이블TV사업자·초고속인터넷접속사업자·미디어업체·전자상거래(EC)업체·인터넷업체 등에 최근까지 집중 투자했고 이들 업체는 현재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가 투자한 기업들은 아메리카온라인(AOL)·AT&T·MS 등 인터넷·통신·SW의 대표업체들과 어깨를 겨룰 만큼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가로 변신하기 전, 앨런은 PC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데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PC 대안으로 인터넷을 택했고 90년대 들어와서 인터넷업체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그는 당시로는 일반인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프라이스라인.컴, 비욘드.컴, 에그헤드.컴, 밸류 아메리카, C넷, 넷 퍼셉션스, 리퀴드 오디오 등의 업체에 투자했다. 또 최근에는 하드드라이브를 탑재, TV내용을 녹화할 수 있는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 업체인 리플레이 네트웍스와 티보에도 투자했다.
최근 나스닥을 통한 이들 업체의 주식상장으로 그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앨런은 인터넷에서 여성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간파, 여성전용 사이트 「옥시전 미디어」에도 1억달러를 투자해 이 회사의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
90년대 초반 인터넷 콘텐츠 업체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했던 그는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케이블TV사업자를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앨런은 지난해 미국내 10위의 케이블TV사업자 마커스 케이블과 4위 케이블TV사업자 채터 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했고 최근에도 에이밸론·팰콘·팬치 등 주요 업체를 매입했다.
그가 투자한 벌칸도 케이블접속 업체 하이스피드액세스에 39%의 지분을 확보했고 디지털가입자회선(DSL)업체 노스포인트 커뮤니케이션스에 8.5%의 지분을 사들였다.
그의 예상은 실제로 맞아떨어져 최근 들어 통신업체들의 초고속인터넷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AT&T, 컴캐스트, 콕스, 애델피아 등 주요 케이블TV사업자들은 케이블TV사업자 인수에 본격 나서고 있고 미국 최대 PC통신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도 케이블TV망 확보를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그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IT업체를 발굴, 이에 집중 투자하는 에인절이라고 그를 극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MS를 떠나면서 제공받은 MS의 주식의 평가차로 IT업계에 투기한다는 일부의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앨런은 자신은 투기를 전제로 IT업체에 투자하지 않는다며 이를 반박하고 『성장성이 있는 IT업체를 발굴, 이들의 성장과 같이 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93년 당시, AOL이 인터넷 기반으로 PC사업을 펼치고 있는 업체로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AOL의 지분 25%를 사들였다.
앨런은 지분을 투자하면서 당시 AOL의 스티브 케이스 사장에게 AOL에 개방형 서비스를 도입하고 파격적인 요금으로 PC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이같은 서비스 다양화와 저렴한 가격은 AOL의 PC통신 업계 1위를 다질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앨런은 자신의 투자 지론에 대해 『입증된 기술을 보유하거나 혁신적인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업체 또는 한 분야에 강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를 선택,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및 작전 등이 난무하는 투자시장에서 폴 앨런과 같이 성장성 있는 IT업체를 발굴하고 이의 성장을 북돋아주는 투자가들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것이 IT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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