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네티켓" 실종.. 짜증나는 인터넷

 인터넷에서 네티켓을 지키지 않는 일부 네티즌 때문에 국제적인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10대∼20대 청소년들이 주로 즐기는 네트워크 게임 분야에서는 네티켓 문제가 국제적인 망신으로 비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울티마 온라인 같은 롤플레잉게임(RPG)에서 일부 네티즌이 떼로 몰려다니며 외국인 캐릭터를 장난삼아 죽이는가 하면 미국인을 양키라고 부르는 등 민족차별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게임방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네트워크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레인보우 식스의 경우에도 한국인이 전세계 랭킹에서 상위 60%에 들어갈 정도로 한국인의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접속 후 자신이 불리하다 싶으면 접속을 끊어버리거나 치트키를 이용해 교묘하게 힘을 기르는 치사한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게이머들이 민족적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거나 온라인 게임에서 치사한 방법을 사용함에 따라 외국의 게이머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단계를 넘어 한국 네티즌들을 배척하는 사태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게이머들이 가장 몰리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에서 상대방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외국 게이머들은 같이 게임을 하지 않으려 하며, 레인보우 식스 게임의 경우 MSN에서 운영하고 있는 게이밍존(www.zone.com)에서는 한국 게이머가 주를 이루고 있는 아시안 래더를 분리시킨다는 결정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부 네트즌의 네티켓 문제는 비단 네트워크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외국인들과의 문제가 불거졌던 또 다른 분야는 인터넷 채팅.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터넷 채팅 서버인 IRC(Internet Relay Chat)에서는 한국인들의 집단성으로 문제가 야기된 바 있다.

 영어에 능통하지 못한 한국인 채팅족들이 채팅룸에서 무례한 언사를 하고, 대화중 접속을 끊어버리는 등 네티켓을 어기는 행동이 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결국 IRC에서도 한국 채팅족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

 급기야 한국인 채팅룸과 일본인 채팅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추악한 모습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이같이 망신살을 뻗치고 있는 배경에는 국내 온라인 서비스에서의 네티켓 실종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대 네티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네티켓 실종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공개 FTP서버, PC통신서비스의 채팅룸, 공개게시판 등.

 온갖 불법적인 자료들이 교환되는 공개 FTP서버에 들어가면 아예 자료를 검색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디렉터리에 자료는 없고 온통 「퍼미션 걸지 마라」 「내 맘이다」 등의 내용을 담은 욕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회원들이 자제를 호소하지만 그때뿐이다. 욕설에 욕설이 뒤를 잇고 급기야는 열심히 자료를 제공하던 회원들이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하나둘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채팅룸에서도 마찬가지.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개 채팅룸에서는 항상 한두명의 「미꾸라지」들이 나타나 흙탕물을 튀긴다.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입력해 짜증나게 만드는 「도배족」, 무턱대고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욕설족」 등 어찌보면 정신이상자라고도 느껴지는 채팅족들이 물을 흐리고 있다.

 공개게시판도 마찬가지. PC통신의 공개게시판들에는 주로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나 현상에 대해 제목에서부터 욕설이 오가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국내 네티즌들의 네티켓 실종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지만 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욱 큰 문제. PC통신 서비스의 경우 채팅룸에서 심한 욕설을 하거나 게시판에서 게시물에 문제가 있을 경우 삭제하거나 ID를 중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되고 있다. 게시물을 삭제해도 또 다른 욕설을 올리는 데는 제한이 없고 ID가 중지돼도 다른 ID를 개설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네티켓 실종 문제는 문화와 교육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인성이 형성되고 있는데 현재의 네티켓 실종은 현실에서의 예절 실종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문제로 다뤄야 할 것이 아니라 교육환경과 사회문화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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