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변수로 꼽혔던 현대그룹의 행보가 점차 표면화하고 있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는 통신장비산업은 물론 서비스시장 진출에 강한 애착을 보이면서 최근 주식 명의개서 절차를 통해 온세통신의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했다. 현대는 이와 함께 인터넷사업분야인 신비로까지 이 회사에 넘겼고 12월부터는 시외전화사업에도 나서게 하는 등 온세통신을 시외·국제·데이터통신을 망라하는 종합통신사업자로 발돋움시킨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는 올 연말 분리 독립된 후 민간 매각 절차를 밟게 되는 한국전력 통신망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는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 정부가 전파법 개정을 통해 2000년말 IMT2000사업자 선정에 주파수경매제를 도입할 경우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현대로서는 이에 참여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현대그룹은 최근 온세통신의 주식 명의개서를 통해 지분율을 29.5%(현대전자 20.6% 포함)로 높였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현대는 공식적으로 온세통신의 지분 17.39%만을 보유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이번 명의개서를 통해 29.5%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물론 한라그룹 지분 7.81%를 넘겨받은 것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이와 병행에 우호지분을 대거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분을 29.5%에 맞춘 점이다. 사실상 4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가 30% 이하를 고집한 것은 30% 이상이 되면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는 현행 규정을 피해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공식지분이 현대전자만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도 음미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자는 8.56%에서 20.6%로 확대됐지만 중공업은 기존의 8.83%에서 별 변동이 없다.
전자가 통신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정몽헌 회장의 몫이고 중공업은 정몽준 고문의 기업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온세통신은 9일 현대정보기술의 인터넷사업부문인 신비로를 100억원에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신비로의 8월말 현재 이용자수는 △전용회선 870개 기관 △개인접속서비스 9만6000명 △웹호스팅 280 가입자 △온라인서비스 49만3000명 등이다.
장상현 온세통신 사장은 『종합통신사업자로 발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가입자망 보유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망 보유사업자는 현재 한국통신과 한국전력(통신망)이 고작인 상태여서 사실상 한전망 인수 또는 제휴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현대의 통신시장 강화 또는 서비스시장 진입은 어차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룹 구조조정의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지겠지만 현대전자의 통신부문 처리와 맞물려 다시 한번 업계의 핫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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