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45)

 후쿠오카 과장은 공항으로 배웅나와 나를 보내면서 말했다.

 『시간 나면 한국을 방문하지요. 한국은 한번도 가본 일이 없습니다.』

 『언제든지 오십시오. 일 때문입니까, 아니면 개인적인 휴가입니까?』

 『개인적인 휴가지요.』

 『오십시오. 내가 성의를 다해서 안내해 드리지요.』

 『한국에도 신주쿠의 라이브 쇼장 같은 곳이 있습니까?』

 그는 웃으면서 물었고 나 역시 웃었지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문뜩 떠오른 것은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선배 배용정을 따라갔던 미아리의 텍사스촌이었다. 그곳은 신주쿠의 라이브 쇼장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진하고 천박한 짓을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비합법적인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후쿠오카는 어깨를 추썩거리고 이상한 몸짓을 하였다. 그는 비교적 선량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사귀면서 알았지만 처음 보기보다는 여자를 무척 좋아하고 탐욕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치 보편적인 일본 남자의 특성 같은 느낌으로 나에게 이해되곤 하였다. 그는 며칠이 지난 후에 2박3일의 휴가를 얻어 한국에 왔다. 그는 내가 일본에 가는 길에 함께 가는 스케줄에 맞추었던 것이다.

 그 동안 나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였다. 우리는 밤 열두시에 야식(夜食)을 먹고 새벽 두 세시까지 작업을 하다가 사무실에 설치한 야전침대에서 그대로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부근에 있는 사우나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나와 다시 작업을 하였다. 그렇게 혹독한 작업에 들어가도 두 직원은 즐거워했다. 그것은 그들 역시 컴퓨터를 좋아하는 컴퓨터광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피곤하여도 컴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면 행복한 것이다. 그것은 내가 느꼈던 감정이었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이틀간 밤을 새우며 집에 들어가지 않자 한용운의 아내가 옷가지와 음식을 싸가지고 사무실로 찾아왔다.

 『며칠이면 일이 끝납니다. 아주머니는 그 동안 참지 못하고 오셨어요? 신혼이 아니라고 하면서 실제는 아직 신혼인 모양이군요?』

 안으로 들어선 한용운의 아내에게 오준호가 말했다. 그는 한용운과 동갑이었는데, 처음에는 어려워하면서 존댓말을 쓰다가 요즘에 보면 말을 놓고 친구처럼 지냈다. 뚱뚱한 몸집의 한용운에 비해서 아내의 몸은 호리호리하여 대조적이었다. 얼굴은 좀 못생겼지만, 무척 애교가 있어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면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밖에서 먹는 음식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만들어온 음식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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