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도전한계를 가늠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21세기에는 과학과 문명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과 연구의 산물인 새로운 기술은 개발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또 다른 신기술에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또한 기술의 패권은 특허라는 이름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싸울 수가 없는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21세기에 수많은 지식과 정보 중에서 소비자들이 더욱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러한 선택의 중심에 브랜드가 서 있다.
예를 들어보자. 현재 미국의 인텔사는 마이크로프로세서칩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는데 그 요인 중의 하나는 정작 컴퓨터의 내장부품에 상표를 붙인다는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착상 때문이었다. 이러한 기발한 착상 하나로 인텔 제품은 단기간에 판매가 획기적으로 증대하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요즈음 컴퓨터의 용량 및 속도의 기준처럼 통용되는 「펜티엄(Pentium)」이다.
소니(Sony)의 「워크맨」은 당시 새로운 기술로 개발된 휴대형 카세트의 용도 및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상표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이나 조깅을 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된 상품임을 금방 눈치챌 수 있도록 브랜드를 개발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
기술이 심장이라면 브랜드는 얼굴이다. 튼튼한 심장은 건전한 육체를 만들며 건전한 육체는 건전한 사고를 갖게 한다. 그러나 얼굴을 통해 건강한 이미지를 줄 수 없으면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다.
미국이 강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각 기업들이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브랜드 개발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브랜드 전문 조사기관인 인터브랜드사와 미국 시티은행이 공동으로 실시한 국제 브랜드 가치 조사 결과 세계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는 것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10위 안에는 코카콜라나 맥도널드 같은 소비재도 있지만 대부분은 IBM·GE·포드·인텔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일본의 소니·도요타·혼다 등이 순위에 올라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들만의 브랜드 인지도 순위에서도 한국 기업은 1개 기업이 간신히 19위에 올라 있다.
이제 「좋은 브랜드를 가져야 기술이 산다」는 것을 명심하고 브랜드 개발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브랜드를 마케팅의 한 부분 정도로 치부해 브랜드명을 사장의 독단적인 아이디어로 결정하는 등의 전문성을 배제한 풍조는 시정돼야 한다. 신기술이 개발되면 가장 특징적인 기술내용을 단숨에 알릴 수 있는 이름을 지어야 한다.
브랜드도 가족이 있다. 아버지의 성씨를 따르는 회사의 상호상표, 형제들의 돌림자를 따르는 중간브랜드, 자식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상품상표들이 그것이다. 따라서 브랜드의 개발 및 관리도 가족의 특성에 맞게 상호상표는 회사의 토털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파하는 기업이미지통일화전략(CIP)을, 중간브랜드는 상품의 주요 소비자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신기술로 이루어진 신상품은 신기술의 특징을 단숨에 알리는 이름을 붙여 시장에 어필하는 전략을 병행해 브랜드 전략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누가 더 먼저, 더 많이, 더 알찬 지식과 정보를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무한경쟁시대다.
특허로 무장된 기술은 지식과 정보 중에서도 손에 잡히는 진정한 지식재산이며, 브랜드는 기술을 소비자에게 파고 들게 하는 선봉의 마케팅 툴로서 그 기술과 브랜드의 발전적 만남이 총칼 없는 전쟁에서 확실히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앞으로 튼튼한 심장과 수려한 얼굴을 지닌 기업들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오강현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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