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값 오름세 끝이 안보인다

 D램 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무서운 기세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조차 연일 계속되는 가격 급등 행진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주력 제품인 64MD램 가격은 불과 한달 반만에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PC100 규격의 8M×8타입 64M 싱크로너스 D램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이 제품의 현물시장가격 최저점은 지난 7월 둘째주. 지난해 말 11달러대까지 회복됐던 평균 거래가격이 4.8달러대까지 폭락했다.

 지난 2년여간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아온 가격 폭락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를 짓눌렀다.

 하지만 이후 반도체 가격은 폭등세로 반전됐다.

 7월 셋째주 5달러대를 돌파한 데 이어 마지막주에는 6달러대로 올라섰다. 이어 8월말 9달러대를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달 남짓에 불과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1일 현재 북미지역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8M×8 타입의 PC100제품 거래가격은 최고 가격 기준으로 9.56달러 수준. 이같은 기세라면 주중에 10달러 벽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국내 반도체 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는 것은 이같은 가격 폭등세가 64MD램뿐만 아니라 거의 전제품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 세대 제품인 16MD램의 경우 5월 중순 1.5달러 안팎까지 하락했던 현물시장 시세가 최근에는 2.2달러 수준까지 수직상승했다.

 여기에 외국 반도체 업체들이 대부분 생산을 중단한 EDO나 FPM 방식의 구형 D램이 12달러라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말 그대로 「꿩먹고 알먹는」 태평성대를 맞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가격상승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 데이터퀘스트를 비롯한 세계적인 반도체시장 조사업체들의 전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D램 사이클의 꼭지점이 2000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9월 이후 크리스마스까지 D램 성수기가 계속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64MD램 가격은 연말까지 12달러선으로 쉽게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수요업체들의 심리적인 저항과 해외 메이저 반도체 업체들이 추진중인 구조조정 작업의 성패가 가격 등락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