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규 마르시스 사장
미래의 TV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TV는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영상과 음성을 보고 듣는 형태지만 미래의 TV는 사용자 요구가 반영되는 TV가 될 것이다. 이는 인터넷에 연결된 PC와 그렇지 않은 PC의 기능 차이보다도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TV, 이것이 미래 TV의 모습이다.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말하면 양방향성을 뜻한다. 즉 인터랙티브(Interactive)하다는 것으로 사용자가 잘 사용하면 지금의 PC와 같이 사람들에게 매우 큰 도움을 주는 소중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PC에서 구현되는 대부분의 기능이 TV 속으로 흡수될 것이고 TV가 구현하는 3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을 통해 환상적인 멀티미디어 세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TV가 기본적으로 대중매체의 총아라는 점에서 PC에 거부감을 느껴온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 쉽게 접근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길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TV가 단순 화면수상기에서 첨단 정보기기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DASE·ATVEF」라는 규격으로, 유럽에서는 「MHP」라는 규격으로 디지털TV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질 또한 현재의 TV보다 매우 선명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것이다. 소리도 극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현장감 있는 음질을 구현해 기존 TV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성능을 뽐내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TV를 통해 인터넷 살펴보기(웹브라우징)는 물론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현재 시청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영화를 보고 있을 경우에는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의 프로필, 영화제 수상내역, 영화 배경의 위치와 찾아가는 법, 관련 테마파크의 위치 등에 대해 간단한 리모컨 조작만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이밖에 TV를 시청함과 동시에 사고 싶은 물건을 주문하고 은행이나 증권업무를 볼 수 있으며 여행지 및 날씨 등의 생활정보를 이른 시간내에 아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TV리모컨 하나로 조정하거나 심지어는 외부에서 집안의 모든 사항을 감시해 도둑이 침입하면 경찰서에 자동으로 신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TV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현실 속으로 구현되고 있다. 이런 형태의 TV는 이르면 내년중에 시장에 등장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국내 가전업체나 정부기관들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관련 요소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현재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TV 개발상황과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의 TV 개발속도가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미국시장에 디지털TV를 수출하고 있고 올들어 LG전자가 64인치 한국형 디지털TV의 예약판매를 실시하는 등 오히려 외국 업체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정부도 디지털TV 지상파 본방송 시점을 앞당기는 등 제반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미래형 TV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 더욱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하며, 국가적인 기술공유체제를 구축해 중복투자를 최대한 막아야 할 것이다.
국가적인 기술 풀(Pool)제를 운용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그 기술을 원하는 업체를 잘 연계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카메라하면 일본, 시계하면 스위스로 인식되는 것처럼 디지털TV하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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