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망 매각 방식 문제없나

 한국전력이 현재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통신망 부문을 오는 12월 본사에서 분리·독립시킨 후 2003년 이후 민간에 완전 매각한다고 밝힘으로써 지난 1년여를 끌어온 한전망 처리에 가닥이 잡혔다.

 이로써 한국전력을 비롯, 산자부·기획예산처·정통부 등 관련부처 간에 전개됐던 지루한 줄다리기는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행방법을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이 예상된다.

 한전이 밝힌대로라면 분리·독립되는 통신망 자회사는 내년 3·4분기에 지분의 3분의 2가 민간기업에 팔리게 된다. 현재 한전망을 사용하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 예를 들면 LG텔레콤·하나로통신·두루넷·SK텔레콤은 물론 각 지역의 케이블TV사업자들에게 지분을 넘기게 된다. 그후 한전의 배전분야가 민영화되는 2003년 이후에는 나머지 3분의 1 지분까지 완전히 민간에 매각,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같은 민영화 원칙보다는 지분매각과 관련한 전제조건이다.

 한전은 단계적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에 예정된 3분의 2 지분매각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동일인 지분한도를 10%로 제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건은 예전에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다. 한전의 이같은 계획은 수년 전 정통부가 통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겨냥,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선정 및 허가기준을 발표할 때와 너무도 흡사하다. 정통부는 당시 개인휴대통신(PCS)은 물론 제2 시내전화사업자까지를 포함해 이는 국가 기간망인 만큼 특정인의 지배를 막아야 한다며 철저히 동일인 지분한도를 적용했다. 여기에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정통부의 정책 방향은 불과 2년도 못돼 완전히 U턴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세계시장은 거대기업간 인수합병이라는 몸집 불리기와 이를 통한 글로벌적인 사업 확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이행되고 있는 판에 우리만 고만고만한 기업으로 묶어놓고 안방경쟁이나 부추기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정통부의 정책전환을 이끌어낸 것이다.

 물론 당시 정통부의 방향이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계속 변했다. 주인 없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막대한 투자와 타이밍이 중요한 마케팅 정책 등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한 문제점에 계속 봉착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정통부는 LG그룹의 데이콤 지분 족쇄를 풀어주었고 최근에는 하나로통신의 주요주주간 체결했던 합작투자 계약서의 폐지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제는 「시장」이 모든 것에 앞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런 상황에 한전망 매각은 2003년 이후 완전 매각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과거 정통부가 취했던 논리와 마찬가지의 지분제한 조건을 들고 나와 현 추세와는 거꾸로 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기왕 완전 민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2004년에나 주인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 아니라 아예 내년 지분매각부터 지분제한을 풀어 대주주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승계 내지 보장은 지분매각과 연계한 조건으로 내걸어도 무방할 것이다.

 어차피 한전망이 분리·독립되더라도 엄청난 추가투자가 요구되고 기존 한국통신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력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주인이 등장하는 것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통신사업의 국내 경쟁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덩치를 키워 세계 유수기업과 치열하게 맞부닥쳐야 할 시기다. 한전망 민영화가 정통부의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는 차원이라면 곤란하다.

 한전망도 한전에서 회계 분리되면 그때부터는 경쟁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시장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다.

 한전망은 지금까지 선보인 어떤 망보다도 질적으로 우수한 국가 자원인 만큼 이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부분에 대해 좀더 고민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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