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열풍을 이끈 일등공신은 창업투자사들이다. 이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자금줄이기도 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원의 손길이다. 인터넷 벤처업체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점인 코스닥 등록을 실현가능하게 해주는 것도 이들 창투사다. 그러나 인터넷 열풍이 과열되면서 창투사 본연의 목적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벤처기업들에는 구세주와 같은 손길이 투자 수준을 넘어 투기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벤처의 요람이라는 미국에서도 벤처 성공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란 이름만 달면 쉽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국내 인터넷산업에 의혹을 가지는 부류도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구조가 취약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지나친 벤처투자 열풍은 자칫 「도 아니면 모」라는 극단적 사고를 조장하는 풍조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즘 웬만한 인터넷 벤처업체들 치고 투자를 유치하지 못했다면 능력부터 의심받는다.
오히려 인터넷업체들보다 투자기업들이 더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등록만 되면 적게는 5배, 크게는 수십배에 이르는 투자 회수금을 얻을 수 있다는 매력으로 창투사들의 투자열기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업체의 경영을 견실화하고 성장가능성을 현실화하는 창투의 목적은 상실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뜨겠다 싶으면 투자한다」는 방식이다. 「뜨겠다」란 단기간 주가급등을 노려 차액을 보자는 의도다. 단기성 투매인 셈이다.
따라서 일부업체들은 창투사들의 투자를 꺼리고 있다. 오히려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을 간섭해 기업 이미지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터넷업체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에 코스닥 등록은 꿈이지만 이를 역이용해 돈만을 노린 기관들의 개입은 원치 않는다』며 『인터넷은 문화이며 생활이라는 인식보다 돈으로 판정하고 모든 기준을 돈으로 삼다 보면 물질만능을 심화시키는 일밖에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도 『요즘 대부분 창투사들의 투자는 「치고 빠지는」 헤지펀드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인터넷 유저와 소액투자자들뿐』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같은 투자열기로 인터넷 벤처업체들이 재벌화되어가면서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외도」도 경계해야 할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넷 재벌의 대명사로 거론되는 G사의 경우 종금사를 인수하고 인터넷사업과 관계없는 프로농구단을 인수하는가 하면 사내 임원을 정부고위관리 출신으로 영입, 논란을 일으켰다. 또 연내에 50여개 업체를 인수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어 기업사냥(?)의 대표적인 업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J사, B사 등 인터넷서비스업체들도 창투사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으로 관련 인터넷기업들을 속속 인수하는 등 「기업 사들이기」에 한창이다. 이 업체들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질적으로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덩치를 키우기 위한 제스처라고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이에 대해 창투사 일선 관계자들도 크게 부인하지 않는다. 창투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G사의 경우 인터넷산업의 대표라는 상징적 의미가 강해 자칫 실패할 경우 인터넷산업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며 『현재 인터넷 투자자의 입장으로선 잘되기를 바랄 수도 못되기를 바랄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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