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격장벽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해외규격인증 비용을 지원, 관련 중소기업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의 규격수요가 유럽과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
7일 관련당국 및 기관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3차례에 걸쳐 해외유명 규격획득 지원사업 대상업체로 선정한 총 1240개 중소기업을 분석한 결과 「CE마크」 「VDE」 「T5V」 「SEMKO」(이상 유럽), 「UL」 「QS9000」 「FCC」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규격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의 통일규격인 CE마크를 비롯해 독일 VDE와 T5V, 스웨덴 SEMKO 등으로 이루어진 유럽의 경우 전체 1240개 업체의 거의 600개에 육박,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으며 미국의 경우도 대표적인 안전규격인 UL과 통신규격인 FCC, 자동차 및 부품관련 품질시스템 규격인 QS9000을 중심으로 전체의 46.8%인 580개에 달했다.
특히 93년 EU시장이 단일화되면서 EU시장에 진출하는 국내기업의 최대 관건으로 부상한 CE마크는 올 1월 해양설비지침(MED) 발효로 인증 대상기기가 거의 전업종에 걸려 있는 탓에 전체의 무려 43%에 달하는 533개 업체가 선정돼 단일규격으로는 최다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에 올랐다.
미국의 단체규격인 UL과QS9000 역시 각각 299개 업체와 250개 업체가 선정돼 각각 24%와 20%를 기록하며 높은 수요를 반영하며 2, 3위에 랭크됐다.
이에 반해 미국과 유럽 이외 국가에서는 일본의 JIS가 21개(1.7%), 중국의 CCIB가 10개(0.8%), 캐나다의 CSA가 9개(0.7%)로 명맥을 유지했다.
이처럼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규격 수요가 미국과 유럽의 주요 규격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시장규모가 워낙 커 여전히 다른 지역을 압도하고 있는 데다 이들 규격의 기술기준과 지명도 및 인지도가 높아 규격인증과 함께 품질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역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마케팅이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으로 치중돼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제3세계에 대한 대응과 독자적인 신시장 개척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이 미진하고, 관련규격에 대한 정보가 취약해 일부 규격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규격전문가들은 『미국만 해도 꼭 UL을 따야만 수출이 가능한 게 아니듯이 규격에 대한 인식만 바꾸면 길은 얼마든지 많다』며 『미국·유럽 외의 국가들도 수출이 유망하고 관련 규격시스템도 하나둘씩 갖추고 있어 제3세계 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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