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신 청미디어 사장
불과 1년 전 IMF한파 속에서 우리는 참으로 암담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실직자들이 발굴한 창업 아이템은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게임방 사업이었다. 이후 게임방은 문제아로 보던 게이머들이 어른의 간섭을 피해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고, 가장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게임방은 관련산업을 더욱 번창하게 만들어 통신망 구축으로 재미를 보는 통신사가 생기고 네트워크장비 회사는 미처 준비해 놓지 못했던 장비를 갖추느라 분주했으며 전자상가들은 게임방의 PC수요를 맞추느라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들이 허다했다.
소프트웨어업체들도 정품을 팔 수 있는 수요처를 만나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게 됐다. 급기야 정부는 게임방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인정해 육성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게임방 사업을 하는 업주들의 모임도 강력한 압력단체로서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 게임방이 게임공간에서 벗어나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문제아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사이버트레이딩을 위해서 게임방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이름도 주식방 혹은 정보방으로 변하고 있다.
이같은 게임방의 열기로 전국 방방곡곡에 고속통신망 인프라가 구축됨으로써 국가가 나서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도 불가능했을 일들을 우리의 게이머들과 IMF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셈이 됐다.
마치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던 시절처럼 몇십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사회변화를 불과 1년 동안에 한꺼번에 보는 듯하다.
이처럼 게임이 시대를 변화시키고 있고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게임에 열중해 있는 게이머나 제작자들을 만날 때마다 흥분되며 이들이 시대를 앞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대부분 사람들의 인식은 왜곡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은 재미만을 추구하며 자극적이어서 청소년들을 타락으로 이끄는 원흉처럼 치부되고 있다.
이제 게임산업은 멀티미디어시대의 종합매체로서 전세계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거대한 산업군으로 커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게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게임을 진정한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즐기고 제작하도록 하며 이와 함께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게임문화를 육성한다면 아마 한국은 게임산업의 주도권을 가지고 세계를 이끌어가는 게임수출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생존에만 매달리지 않는 사회에서는 기성세대들로부터 인정을 받든 받지 못하든 간에 무엇인가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한국사회의 기성세대들이 게임에 열중해 있는 이들을 좀더 편견 없는 시각으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갈 것인가를 느끼면서 이들의 자유와 모험적 시도를 믿어주는 즐거운 울타리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아직은 우리나라에 제작인력층이 두텁지 못하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감동을 주는 게임을 열심히 만들고 있고 또한 열심히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게임제작자들의 시도가 바로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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