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전자의 홀로서기

 대우전자의 향방에 전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삼성자동차와의 빅딜 논의로 몸살을 앓아온 대우전자가 빅딜 무산에 이어 이번에는 해외매각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우전자는 멀티미디어사업부문에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TV와 차세대 영상표시장치(TMA) 등 영상사업부문을 분사해 미국 투자캐피털사에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외자유치가 성사되면 대우전자는 TV와 VCR 등 영상기기와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을 전문으로 생산·판매하는 가전기기 전문업체로 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별도의 회사로 분사되는 멀티미디어사업부문은 본사를 미국으로 옮겨 첨단 디지털 제품의 상품화를 추진하고 이를 발판으로 미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매각을 통한 대우전자의 이같은 홀로서기 전략은 기업 내부적으로는 뼈를 깎는 고충일 것이다. 오랫동안 전자 빅3의 하나로 국내 전자산업을 이끌어온 대우전자가 앞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를 매각한다면 기업가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유망한 사업부문을 매각해야 하는 대우전자로선 이같은 방안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사활이 달려 있는 마지막 돌파구란 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가전산업이 전반적으로 한계사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특히 지난해에는 IMF로 인해 경기침체 등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는데도 대우전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나 늘어난 높은 매출신장세를 기록했다. 더욱이 국내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출신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차세대 영상장치로 불리는 TMA기술을 개발하는 등 착실한 경영성과를 거두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가전 전문업체로 매진해온 대우전자가 유망 사업분야의 해외매각이 성사된다면 세계 5대 가전업체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그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국내 전자산업은 이제 새로운 도전과 도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70년대 컬러TV가 국내 전자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처럼 앞으로 전개될 디지털TV분야는 국내 전자산업을 또 한 차례 도약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 분야의 국내 기술은 세계 전자 시장에서 영원한 경쟁 대상국인 일본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환경이 글로벌 마케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를 구분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느 기업이 고용을 더 많이 창출하고 서비스를 더 많이 확대하느냐가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밀레니엄시대의 전자혁명을 몰고올 디지털TV시대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전자를 제외한 국내 전자2사 체제로는 수적으로 일본의 내로라하는 전자업체들과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경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전자산업의 특성상 세트와 부품업체 간의 협력체제나 수출지역 다변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국내 전자산업의 볼륨을 키우고 이 분야의 수출드라이브 전략을 구사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섞인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대우전자 디지털사업부문의 해외매각에 대한 이같은 우려와 지적이 최근들어 그룹 차원의 사활을 건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력 사업부문의 해외매각을 통해 대우전자가 독자경영의 발판을 마련하고 홀로 설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대우전자는 물론 국내 전자업계가 현재의 난관을 극복한다면 다가오는 새로운 디지털혁명시대에선 국가 전체산업을 주도하는 리딩기업으로 부상할 것은 자명하다. 대우전자의 홀로서기 전략이 차세대 영상사업부문의 해외매각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또 다른 대안이 없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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