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달 착륙 30주년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지 지난 20일로 30주년을 맞았다. 미국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지난 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우주선 월면 탐사선에서 나와 바위로 뒤덮인 달의 「고요의 바다」 표면에 발을 내디딘 첫 인간이 됐다.

 이것은 또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와 더불어 지난 57년 10월 4일 시작된 미국과 구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기록한 일이기도 했다. 소련보다 4개월 늦게 첫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미국은 뒤이어 이뤄진 첫 유인우주선 발사, 첫 지구주변 궤도 선회, 첫 우주유영 등에 있어서도 소련에 계속 뒤진 상태에서 우주인 월면 탐사에서 이를 처음으로 뒤집은 것이다.

 미국은 이날을 기념해 지난 20일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를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엔진 부분에 이상이 발견돼 발사를 이틀 동안 연기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20세기의 과학적 탐사 중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갖는 의미를 정리한다.

 달에 첫발을 내디딘 암스트롱은 『이것은 한 인간의 작은 발짝이지만, 인류에게 있어서는 거대한 도약』이라고 감회를 말했다. 또 동료 우주인 올드린은 암스트롱보다 18분 늦게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아름답군, 아름다워. 멋진 황량함이야』라고 말했다.

 아폴로 11호는 또 당시 인류 과학기술의 절정을 보여줬다. 아폴로는 당초 착륙 예정지를 6㎞ 벗어난 지점에 내렸지만 이는 골프와 비교하면 홀인원을 능가할 정도로 30년 전 기술로는 놀라울 만큼 정확한 것이었다.

 아폴로 11호의 승무원 3인 중 달에 내려선 것은 암스트롱과 올드린. 그러나 카메라는 암스트롱만이 갖고 있어 현장사진의 주인공은 올드린이 됐다. 이들은 달의 돌과 흙 약 22㎏을 수집해 돌아왔는데 신종 질병이 묻었을까 우려해 지구귀환 후 3주 동안 격리돼 검사를 받기도 했다.

 그후 미국은 아폴로 11호를 시작으로 72년 17호까지 다섯번 달 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거듭된 달 탐사는 「달은 춥고, 공기도 물도 없는 쓸모 없는 땅」이라는 생각만을 확인시켜주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이로 인해 NASA는 아폴로 20호 발사까지 잡혀 있던 달 탐사를 조기에 종결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미국의 달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 호가 극지방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달 탐사 열기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빙하의 형태로 저장된 물의 양은 최소 1000만톤, 최대 13억톤까지로 추산된다. 이 정도면 달에서 수천 명의 인간이 최소 수십 년을 생활하고도 남을 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 NASA는 임무가 거의 끝나가는 루나 프로스펙터를 이달 31일 이 빙하에 충돌시켜 물의 존재를 확인할 계획이다.

 루나 프로스펙터의 무게는 1백61㎏에 불과하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충돌하기 때문에 충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2톤트럭이 시속 1800㎞로 부딪칠 때와 맞먹는다.

 이 충돌로 20㎏ 남짓한 수증기가 달 표면에 솟아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수증기 기둥을 지구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고 NASA는 설명했다. 물의 존재가 확실해지면 달기지 건설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NASA와 록히드 등 미국의 우주회사들은 달에 있는 자원을 탐사할 목적으로 이르면 2030년께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달에는 티타늄 등 고가의 금속이 다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달은 또 대기도 구름도 없기 때문에 24시간 소행성들의 지구접근을 감시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도 적격이다. 우리는 어릴 때 「달에는 계수나무와 토끼가 있다」는 동요를 들으면서 자랐다. 그동안 동화 속에 남아 있던 달이 우리에게 또 어떤 선물을 준비해두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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