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SK텔레콤, 지분공방 "새국면"

 한국통신(KT)은 SK텔레콤(SKT)의 지분을 언제까지 갖고 있을까.

 KT가 지난 20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오는 27, 28일 이틀 동안 청약을 받는 SKT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최종 결정, 양사간 지분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KT는 이번 증자에 참여키로 한 것은 자사가 보유한 자산가치의 보호 및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27만7764주의 신주를 주당 95만7000원에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KT는 이에 필요한 소요재원 약 2700억원은 회사채를 발행해 충당할 계획이며 예상 평가이익은 2000억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에 대해 SKT는 꺼림칙하다는 반응이다. KT가 증자에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지적할 것은 짚고 넘어가자는 분위기다. SKT는 내심 KT가 증자에 참여하더라도 현 지분율을 낮추는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SKT는 KT가 회사채를 발행하면서까지 현 지분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경쟁사 지분에 그처럼 집착하는 것은 공정경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기획예산처가 연내에 보유 SKT 지분을 처분하라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정통부와 KT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과연 KT가 SKT 지분을 끝까지 갖고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SKT 지분을 매각하라고 KT에 압력을 넣었던 정통부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모든 것은 KT가 결정할 것』이라며 180도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 주고 있다.

 일단 KT는 SKT 주주로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한 주식매각을 미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증자 참여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평가이익이 2000억원이라고 밝히듯이 눈 앞에 돈이 보이는데 그것을 포기할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KT 일부에서는 SKT 주식이 250만원까지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액면 분할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여기에 라이벌기업을 끝까지 견제할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부논리도 가세한다.

 답답한 것은 SKT다. 가뜩이나 경영권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KT가 계속 속을 태우는 것이다. 공기업의 자세와 공정경쟁 환경을 내세워 공세를 취해 봐도 「실리」 앞에는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KT는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과 곧 있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외국인 지분이 높아지게 되고 이 경우 「실리」만을 따지는 외국인주주들에 휘둘려 SKT 지분 매각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어 이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양사간 지분 공방은 국내 통신시장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KT가 당분간은 지분을 팔지 않겠지만 늦어도 내년으로 예정된 IMT2000사업자 선정 공고시점이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KT는 이 시장 직접진출을 이미 천명했다. KT가 IMT2000사업을 두고 SKT와 경쟁한다면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양사 모두 사업자 선정이 유력하다는 일반적 예상을 감안하면 설득력을 갖는다.

 현 구조로 양사가 모두 사업자에 선정된다면 우선은 시장경쟁 원리에도 맞지 않고 다음은 특혜시비가 일 것이 뻔하다. 똑같은 역무를 제공하는 경쟁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수긍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사실상 관계사(KT는 SKT의 2대주주)인 두개 회사에 사업권을 내주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KT 고위층의 한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SKT 지분 처리 문제는 정책 차원이 아니라 이미 비즈니스 차원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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