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 인텔의 후광 덕분에 차세대 메인메모리로 급부상했던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의 시장 연착륙이 상당기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램버스 이외의 대안을 무시해왔던 인텔 측이 기존 싱크로너스 D램의 성능을 높인 PC133(클럭주파수 133㎒ 이상의 싱크로너스 D램) 칩세트를 지원키로 최근 방침을 선회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는 「램버스 D램이 양산되기 이전까지 임시방편으로(as an interim memory)」라는 단서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메모리 소자업체와 PC메이커들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PC133 칩세트 개발업체인 대만의 비아사가 인텔사와 이와 관련한 특허분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PC133 지원의사를 밝힌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이번 인텔의 PC133 지원 의사 표명은 의외로 PC133 칩세트 출시를 강력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는 비아사를 견제하기 위한 엄포용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비아사가 인텔과의 특허분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셔널세미컨덕터의 CPU부문(사이릭스)을 인수하면서까지 PC133 칩세트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에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인텔측이 PC133 지원의사를 밝히면서 「램버스 D램이 양산·공급될 때까지만」 PC133 칩세트를 공급하겠다고 부언한 데서 확인된다.
그런데도 이번 인텔의 PC133 지원발표가 당초 예정했던 램버스D램의 시장 안착 시기를 지연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PC133진영이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싱크로너스 D램이라는 PC133의 후속 대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메모리업체나 PC제조업체들이 램버스 D램 채용에 따르는 과다한 비용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한때 램버스의 완승 분위기로 치달았던 차세대 메인메모리 시장 경쟁은 램버스와 싱크로너스간의 싸움으로 회귀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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