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MP3P> MP3플레이어 "돌풍"

차세대 「인터넷 카세트」로 불리는 MP3플레이어 열풍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MP3플레이어란 MPEG1 레이어3의 약자로 오디오용 데이터를 담은 일종의 컴퓨터 음악파일인 MP3파일을 재생하는 차세대 디지털 오디오기기다. 테이프나 CD 없이도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쉽게 내려받아 PC상에서 즐길 수 있는 MP3음악을 워크맨처럼 휴대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벌써부터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MP3플레이어가 차세대 디지털 오디오 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수많은 크고 작은 업체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MP3플레이어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면서 이 분야에 진출하는 벤처기업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새한정보시스템이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MP맨」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에이맥정보통신·디지털웨이·고려미디어·바로비젼·아이젠전기·씨노스테크·히트정보·가온·바롬테크·아이앤씨·지논 등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제품 개발을 끝내고 양산을 거쳐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라스텔·삼정테크니스·유닉텍전자·아르테크·텔리안AV시스템·메이콤·거원시스템 등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현재 활발한 물밑작업을 통해 MP3플레이어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MP3플레이어 분야에서 때아닌 벤처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가 개발해 미국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시스템스를 통해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리오」가 판매돌풍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MP3플레이어의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벤처기업들이 MP3플레이어를 수출 유망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케임브리지디자인·폰티스·메파스·오스카·나이암 등 유럽·미국·일본의 벤처기업들도 제품 개발에 뛰어들면서 전세계 벤처기업간의 개발경쟁으로 점차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같이 선진 각국의 벤처기업들이 국내 업체에 도전장을 던지고 MP3플레이어 시장에 속속 참여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국내 업체들이 이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선두업체인 새한정보시스템을 필두로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과 디지털웨이·고려미디어·히트정보·아이앤씨·바롬테크 등 벤처기업들이 첨단 기능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신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양산모델을 선보이고 있어 대부분 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해외 경쟁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와 크리에이티브처럼 세계적인 유통망을 갖춘 해외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속속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첨단 기술력에 해외 기업들의 막강한 유통력이 더해진다면 국산 MP3플레이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한정보시스템은 유럽 전역에 판매망을 갖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인 잉그램마이크로사와 「MP맨」 전모델에 대한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의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센서리사이언스 및 PC유통업체인 에이거랩스사와도 수출계약을 맺고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새한정보시스템은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과 활발한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는데 연말까지는 최소 70만대 이상의 오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유럽 최대의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업체인 MCY.COM은 물론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카드업체인 크리에이티브와 대규모 수출계약을 잇달아 체결함으로써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옙시리즈」가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당초 내년부터 자체 브랜드로 수출한다는 계획을 앞당겨 이달부터 자가 브랜드로 본격적인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데 올해에만 최소 50만대 이상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웨이도 종합상사인 대우를 통해 싱가포르의 오디오 전문 유통업체인 RFC사와 20만대 상당의 대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1차분 300만 달러 어치를 선적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디지털웨이가 개발한 MP3플레이어는 「재즈파이퍼」라는 제품명으로 전세계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데 특히 이 제품은 유럽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앤씨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일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일본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었는데 이 회사가 개발한 세계 최소형·최경량 MP3플레이어인 「포켓디지털오디오(PDA)」는 벌써부터 히트조짐을 보이고 있어 올해 20만대 이상은 충분히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내수 시장 공략에 이어 뒤늦게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MP프리」가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수주실적을 올렸는데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100만대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밖에도 아이젠전기·씨노스테크·바롬테크·바로비젼·히트정보·텔리안AV시스템 등 이미 제품 개발을 끝낸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현재 외국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앞두고 있어 우리나라가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하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 규모는 최소 200만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400만대, 2001년에는 800만대, 2005년에는 3000만대로 연간 1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기존 카세트플레이어와 같은 휴대형 오디오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MP3플레이어가 차세대 수출 유망 상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제조업체들은 물론 관련 부품업계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제품개발 및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메모리 분야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를 앞세워 독주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멀티미디어메모리카드(MMC)를 앞세운 샌디스크를 비롯해 히타치·현대전자·도시바 등 세계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다투어 이 시장 공략에 나섬으로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일 미크로너스가 주도해온 MP3디코더칩 분야에도 SG톰슨·모토롤러·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 세계적인 칩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현대전자를 필두로 티엘아이·다믈멀티미디어 등이 시장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밖에 전지·마이콤·커넥터·PCB 등 국내 관련 부품업체들도 지금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2000년 이후엔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MP3플레이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MP3플레이어 열풍이 날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인접권 단체들의 저항에 부딪혀 내수 붐 확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대다수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아예 외면하고 해외로만 눈을 돌리고 있는데 내수기반이 없는 수출은 자칫 「모래성」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MP3협회와 같은 단체를 결성해 저작권문제 등 제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MP3플레이어가 워크맨이나 MD플레이어처럼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이 이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잡을 수 있도록 관련업계가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