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수입선 다변화 해제> 맞수 대결 품목.. 전기밥솥

 전기밥솥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권에서만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이 매우 제한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은 연간 2000억원 정도로 아시아권에서도 다섯번째 안에 드는 규모를 지닌 한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렸으나 그동안 수입선다변화 조치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본업체들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그동안의 한을 풀듯 국내시장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루시·타이거·미쓰비시 등 일본의 주요 업체들은 전기밥솥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겨냥해 이미 국내시장 분석을 마치고 시장공략을 위한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규모는 지난해 160만대에서 올해에는 19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서 고급 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압력밥솥이 60만대에서 70만대, 기계식 또는 마이컴식 전기보온밥솥이 나머지를 각각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압력밥솥 중에서 최신기술이 적용된 전자유도가열식(IH)의 비중은 매우 미미하고 가열판식이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업체들은 현재 IH 압력밥솥만을 일본에서 생산하고 전기보온밥솥은 동남아 현지공장에서 제조하고 있으며 국내시장의 주력기종인 가열판식 전기압력밥솥은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예상되는 한일간 격전품목은 IH 전기압력밥솥과 마이컴식 보온밥솥으로 집약될 것으로 보인다.

 IH 압력밥솥을 격전품목으로 보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이 같은 일제라고 하더라도 동남아산 제품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업계가 본토에서 생산하는 IH 압력밥솥을 주무기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H 압력밥솥은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만이 생산하고 있고 생산량도 적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경쟁력·품질경쟁력에 있어 모두 열세에 놓여 있으므로 일산제품이 대거 밀려올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또한 가열판식 압력밥솥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전문업체들은 일본산 IH 압력밥솥이 국내소비자들의 인기를 끌 경우 압력밥솥 시장이 가열판식에서 일거에 IH식으로 대체돼 존립기반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업체들이 IH 압력밥솥으로 공략해오더라도 국내시장에서는 IH 압력밥솥의 비중이 미미하고 일산 제품이 국산에 비해 압력이 낮기 때문에 큰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이 때문에 오히려 가격과 품질경쟁력에서 앞선 동남아산 전기보온밥솥이 국내시장에서 최대 격전품목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주타격 대상이 IH 압력밥솥이 될지 마이컴식 보온밥솥이 될지는 일본업체들의 전략과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본제품이 소비자들의 맹목적 선호도 때문에 내수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올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손에 일본 조지루시사의 코끼리표 전기밥솥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유행일 정도로 일산 전기밥솥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대단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국산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그때에 비해 매우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일산과 경쟁을 치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일산 전기밥솥에 대한 향수와 선호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짐작된다.

 업계는 190만대로 예상되는 올해에만 일산제품의 점유율이 5%에 달하고 내년에는 8%, 2001년에는 1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03년경에는 일산제품이 내수시장의 20%를 점유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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