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대표 구자홍)가 핸드헬드PC(HPC) 사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LG전자는 지난 97년 말 국내 최초의 HPC인 「모빌리안」을 출시, 국내 HPC 사업을 선도해왔으나 최근 국내 HPC 시장 규모가 당초 예상과 달리 기대에 크게 못미친데다 갈수록 수익성마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특히 영국을 제외하고는 수출물량도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사업 초기부터 대대적인 비용투자와 인력배치를 통해 HPC 사업 확대에 전념했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서 한발짝 물러나 최근 사업축소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LG전자는 이와 관련, 최근 HPC 개발인력을 100여명에서 50여명으로 50% 감축하고 생산물량을 크게 줄이는 한편 신규 투자를 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이 회사는 또 신제품 개발에 착수하기보다는 기존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G전자에 HPC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전자부품 업체의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최근 HPC에 사용되는 부품 공급물량을 아무런 이유없이 지난해 말보다 40% 가량 줄였다』며 『LG전자의 HPC 사업확대를 기대해 관련부품 개발에 대규모 비용을 투자했는데 자칫 이를 회수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서는 LG전자가 HPC 사업을 축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HPC 수요가 당초 예상과 달리 크게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97년 말 「윈도CE1.0」 운용체계(OS)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안」을 출시했던 LG전자는 월 1500대씩 판매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LG전자는 이어 지난해 중반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윈도CE 2.0」 기반의 「모빌리안Ⅱ」, 컬러 LCD 모니터를 장착한 「모빌리안 익스프레스」 등 차세대 제품을 잇따라 개발해 출시했다. 그런데도 월 판매량이 국내외를 합해 2000대 수준으로 초기 판매물량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97년 말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시장에 공급한 HPC 물량은 총 6만대(연간 3만대) 수준. 연간 30만대 수준을 형성해야 사업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던 LG전자는 당초 목표치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물량을 공급한 것이다.
이처럼 예상과 달리 국내에서 HPC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원인은 우선 애플리케이션 개발 미비에서 찾을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중반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공동개발 사업자를 모집하고 의욕적으로 제품개발에 착수했으나 현재까지 선보인 제품은 통신프로그램 등 몇가지에 불과하다.
또 최근 지속적으로 가격이 인하되고 있는 노트북PC 가운데 150만원대 초저가 제품이 등장한 것도 HPC 외면을 초래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HPC 소비자가격은 대당 110만원. 소비자들은 윈도 계열의 운용체계(OS)와 호환성이 떨어지는 HPC 대신 노트북PC 구매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그동안 공급해온 HPC가 일반소비자가 아닌 보험·증권·유통 업체 등 대부분 일반 기업체 영업사원을 중심으로 소량 한정 공급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HPC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20만원대로 가격이 크게 저렴한 개인휴대단말기(PDA)가 등장한 것도 LG전자의 HPC 사업 축소 요인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특히 해외시장에서 스리콤의 「팜파일럿」 등 해외 주요 PDA 제조업체의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수출에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LG전자가 HPC 사업을 당분간 유보하고 최근 해외에서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PDA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을 짜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일부 관계자는 『LG전자가 이를 계기로 HPC 사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HPC 시장 규모가 당초 예상과 달리 기대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시장규모에 맞는 사업조직을 재편한 것뿐이며 HPC 사업 포기는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LG전자의 사업전략과 관련해 『앞으로 HPC 신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기존제품 판매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향후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차세대 제품개발에 착수하는 등 시장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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