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통DB 포맷 표준화 급하다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관련 국내 연구기관들이 이 사업의 기반이 되는 교통 데이터베이스(DB) 표준화 연구 및 교통DB 구축사업에 원칙이나 방향도 없이 제각각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말까지 교통DB 표준화 연구 및 DB 구축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교통개발연구원·자동차부품연구원·한국전산원·한국산업표준원 등은 국제표준화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표준은 고사하고 기관별 표준안이나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는 이미 중점적인 연구를 진행,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고 있는 세계 각국과 비교해 볼 때 극히 대조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 ITS분야 전문위원회인 ISO TC204에서는 교통지도 및 DB표준으로 유럽방식의 GDF(Geohgraphic Data File) 포맷을 내년 2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교통전문가들은 이 표준이 교통DB 및 전자지도 제작분야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표준화 문제로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은 느긋하기만 한 것 같다. 정보화근로사업의 일환으로 총 109억원을 투입, 연말까지 완료키로 한 전국 교통DB 구축사업을 포맷표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추진할 정도라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

 더욱이 사업주체인 교통개발연구원(KOTI) 측은 올해 말까지 지리정보시스템(GIS)분야 포맷인 공간데이터변환표준(SDTS)이나 미국의 교통표준인 TIGER 그리고 유럽방식인 GDF 중 하나를 결정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혹시 정부가 표준화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못내 불안하다.

 한국전산원도 마찬가지다. GDF 포맷과 함께 교통DB 구축의 또다른 한 축을 이루는 지도간포맷일치화작업표준(WG3·3:위치정보참조확인표준)을 추진하면서 전문인력 확보에 있어 사실상 완벽하다고 할 수만은 없는 자동차부품연구원에 GDF­K과제를 맡겼다.

 부분적으로나마 인력의 경험이나 전문성에서 떨어지는 자동차부품연구원 단독으로 깊이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산원은 연말까지 마무리될 GDF­K 연구성과를 반영한 DB포맷 초안을 마련하고 이를 정보통신표준(KICS)으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구상은 측량법에 따른 전자지도 관할부처인 건설교통부와도 심각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건교부 측은 ITS표준화 부분에는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지만 ITS분야는 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건교부 주도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GIS 및 지도 전문가들은 전자지도 부분은 측량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전산원의 지도표준화 작업은 향후 교통DB 사업을 위한 절차 및 시행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각 부처와 산하 연구기관들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전문성 없이 표준화를 진행시켜온 데 따른 부작용은 지난달에도 드러난 바 있다.

 올 초 국립기술품질원이 ISO TC204의 WG3표준 등 3개 표준에 대한 자본재표준화 사업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전산원·자동차부품연구원 등의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의를 받고 GDF 이외의 과제를 내년으로 이월한 것이다.

 이같은 연구기관간 협력체제 미비와 전문가 부족 문제는 결국 국제ITS분야의 최신 기술발전을 신속히 수용해 관련 HW 및 SW를 개발·제작하는 유관산업 육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주춧돌(포맷표준)조차 설정하지 못한 채 이뤄지는 교통DB사업은 결국 ITS분야 DB사업의 중복투자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금이라도 부처 이기주의에서 탈피, 국민을 위한 교통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등 ITS사업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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