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99)

 『형, 한번 참아 보지요.』

 후배 윤대섭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같은 부서에 시골학교 선배가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떠난다고 하자 몹시 서운한 표정이었다.

 『더 좋은 데로 스카우트되어 가는 것이 아니면 참아요.』

 노 과장도 말하면서 사표를 찢으려고 했다. 찢는 시늉을 했는데 내가 아무 말이 없으면 실제 찢을 것 같아 나는 완강히 만류했다.

 『아닙니다. 이 일은 참고 안 참는 일이 아닙니다. 찢지마세요.』

 사표를 찢을 듯하다가 멈추는 바람에 종이 한쪽이 약간 찢어졌다. 노 과장은 찢어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 마치 붙이려는 것처럼 했지만, 찢어진 종이가 누른다고 붙여질 리가 없었다.

 『미안해요. 사표가 조금 찢어졌네.』

 노 과장은 계면쩍게 말하면서 일 센티 정도 찢어진 종이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찢어진 것을 사장에게 올리면 싫어할 테니 다시 써 주겠소?』

 『그냥 올린다고 나에게 시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당신은 나가니까 시비해도 소용없겠지만 나에게 뭐라고 하면 어쩌지? 그러니 말인데 번거롭지만 다시 써 주겠소?』

 노 과장이 소심한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가 이토록 나약한지는 미처 몰랐다. 하긴, 중간 관리자의 나약함은 경영자가 그렇게 만든다고 하는 말이 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사표를 다시 썼다. 사표를 쓰면서 나는 문뜩 다시 쓰는 것을 핑계로 철회할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좀더 기다려 보는 것이다. 지금은 아무런 대책이 없지 않는가. 창업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개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많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자금이 필요하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가 홀로선다면 당장 돈이 되는 것을 만들기는 어렵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기발해도 쓸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사표 쓰는 동작이 느려지자 재빨리 눈치를 채고 노 과장이 말했다.

 『웬만하면 참지 그래?』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식으로 사표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만류가 나의 망설임을 없앴다. 나는 다시 사표를 쓰고 도장을 꾹 눌렀다. 도장을 누르는 순간 나는 끔찍하면서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 상반된 기분은 너무나 대조적인 두 개의 감정이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