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다시 뛰는 자동차 산업 (3);이제는 품질.기술경쟁

 지난해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병을 선언했을 때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를 「기술 합병」이라고 불렀다. 두 회사가 합치는 기술 시너지효과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또 이를 자동차업계에 본격적인 기술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점차 첨단화·지능화하는 자동차 추세에 맞춰 국내 자동차업계도 가격에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능과 품질 경쟁체제로 돌아서고 있다. 첨단 전장품 개발을 통해 고연비를 실현하면서 안전성과 환경친화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기술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생산라인을 통합하거나 부품 모듈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도 한창이다. 통합정보망 구축이나 부품업체와의 전산망 공유를 통해 신차 개발 기간은 물론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여 나가고 있다. 품질과 앞선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확보가 자동차 업계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전장 분야의 급부상=기계 덩어리 정도였던 자동차가 통신·전기·전자 기술과 융합되면서 자동차의 전자화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전장(카일렉트로닉)산업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전자 기술의 발전 여부에 자동차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말까지 낳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70년대 초반 배터리, 팬 구동장치 정도를 개발하는 데 불과했던 전자장비 기술력이 에어백·ABS·엔진서스펜션·전자제어 자동변속기·내비게이션·AV시스템 등 핵심부품·모듈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전장이라 불리는 자동차 전자시스템의 역할이 엔진효율·안전성 등 기본적인 기능외에 승차감을 높이는 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데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97년 자동차부품의 전자화 비율은 대당 제조원가의 20%였으며 당시 672억달러였던 세계시장 규모는 매년 4∼5%씩 꾸준히 증가해 2010년 1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됐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일찍이 이러한 흐름에 착안, 전자시스템과 관련된 별도의 연구개발팀을 두고 케피코·대우정밀 등 전문 전장품업체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연구개발 조직의 통합화=그동안 분리됐던 연구개발 부서를 하나로 통합해 기술 개발의 시너지효과를 높여 나가고 있다. 현대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통합연구개발본부를 발족해 그동안 8개로 운영하던 현대와 기아자동차 연구소를 울산·남양·소하리 등 6개로 통합했다. 앞으로 통합연구본부는 현대와 기아의 플랫폼 공용화와 부품 공용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도 93년부터 기술세계화를 적극 추진해 영국·독일연구소와 부평기술연구소를 연결하는 글로벌 연구체제를 구축해 이미 라노스·누비라·레간자 등 3개 차종의 동시 개발을 끝마쳤다. 최근에는 부평기술연구소내 연구개발 조직을 플랫폼 위주로 개편해 개발의 집중화를 모색하고 있다.

 △플랫폼 공용화와 부품 모듈화=플랫폼을 공유하거나 부품을 모듈 단위로 개발해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높이고 있다. 현대는 기아·현대정공의 23개 플랫폼을 2003년까지 11개, 2005년까지 7개로 단계적 축소에 나선다. 이를 통해 현대와 기아는 플랫폼 1개당 600억∼12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도 대시보드와 핸들을 통합한 부품군을 일부 차종에 처음 적용한데 이어 최근 누비라 생산 라인까지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의 자동차업체들은 2000년 5%, 이어 2010년 30% 수준까지, 유럽지역 메이커들은 2000년 15%, 2010년에는 55% 수준으로 부품 모듈화와 플랫폼 공용화 비율을 높여나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시도했던 부품과 플랫폼 공용화가 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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