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가상대학"은 21세기 새 교육모델

김영수 이화여쟈대학교 사범대학장

 지금 세계 각국은 21세기 지식기반 정보사회에 대비하고, 무한경쟁시대 국가경쟁력 제고의 필수 요인으로 교육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대학교육의 경우 국가를 이끌 인재양성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평생교육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정보사회에 부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제도 마련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산업사회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정보사회의 신교육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21세기 교수·학습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지난 83년 「A Nation at Risk:the Imperative for Educational Reform(기로에 선 국가:시급한 교육개혁)」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모든 시민이 연령의 제한 없이 언제 어디서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보화의 도구인 인터넷을 교육에 도입해 경제여건과 관계 없이 모든 학교와 학생이 동일한 지식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학습공동체를 구축하자」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역시 88년에 「The Learning Age」라는 보고서를 통해 21세기 학습사회에 대비한 교육개혁으로 「평생학습의 실현」을 주창한 바 있다. 평생학습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영국은 대학교육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공학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소외계층의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성인의 계속교육 기회를 넓히는 데 그 주안점을 두었다.

 우리나라도 95년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5·31 교육개혁안」을 토대로 정보·세계화 시대에 부응한 신교육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신교육체제의 비전은 당시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제시한 것처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교육사회·평생학습사회를 건설하여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복지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 평생학습사회가 실현되려면 지금까지의 교육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존 교육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21세기형 새로운 교육모형을 구축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육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 새로운 대학모형의 하나로 대두된 것이 가상대학(Cyber University)이다. 가상대학은 공간적·시간적 제약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 기반 원격교육체제를 말한다.

 이러한 가상대학은 특성화에 토대를 둔 대학모형에 의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특성화된 대학모형으로는 다전공·복합학문 중심의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 첨단정보·과학기술 중심의 연구중심대학, 전문직업인 양성 중심의 전문대학, 선진시민 양성 중심의 교양대학 등이 있다.

 현재 미국·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상대학의 특성을 살펴보면 직장인과 전문인을 위한 재교육과 일반성인을 위한 평생교육·교양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상대학 도입 초창기로 시범 및 실험 가상대학 대다수가 기존 대학 학부과정 중심의 가상대학이고, 극소수만이 성인대상의 재교육과 평생교육과정의 가상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가상대학은 수요자의 요구에 의한 것보다는 국가정책에 의해 도입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대학이 물리적인 장소나 시간의 제약을 극복한 양방향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과 첨단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최신의 풍부한 학습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외국에서 운영하는 것과 같이 네 가지 유형의 가상대학 중에서 성인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직업교육 중심 가상대학」과 「교양·사회교육 중심 가상대학」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가상대학이 하이테크놀로지와 최신 정보를 활용하여 국내외 기관과 연계한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과 자기주도적 학습을 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연구중심 가상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앞으로 웹TV의 보급이 확대되면 일반가정에서 가상대학을 통한 정보검색과 양방향적 학습이 용이하게 되어 이제까지 컴퓨터에 친숙하지 않아 인터넷 기반 가상교육에서 제외되었던 소외계층, 예를 들면 여성과 노인층을 망라하여 가상대학의 수요자층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홍빛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보통신부의 「Cyber Korea 21」 국가사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초고속 통신망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고속망을 가정에서 손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도시와 농촌의 구별이 없이, 또한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좀더 많은 사람이 가상교육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필요에 따라 평생교육과정이나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대학이 명실공히 열린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언제 어디서 누구나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꾀할 수 있는 배움의 장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부·교육부를 위시한 관련부처와 산·학·연의 컴퓨터·정보통신·교육공학 전문가들의 관심과 지속적인 협동연구가 요청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1세기 가상대학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차갑고 기계적인 접속의 장이 아니라 개개인이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배움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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