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통합방송법안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통합방송법이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방송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치상황 때문에 또 다시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사업자간 다소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5년 가까이 지속돼온 방송법 논의를 이번에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데는 방송계가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정부 여당 역시 작년 말 방송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올 3월에는 방송법을 꼭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방송법 통과 지연에 따른 정치적인 부담이 매우 큰 게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22일 방송법에 관한 당정 협의를 열어 통합방송법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방송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대부분 쟁점들은 이미 방송개혁위원회에서 정리된 상태여서 현재로선 정부 여당의 입장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위헌 판결이 난 KBS의 수신료 부분을 방송법에 새롭게 규정하고 MBC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공적 기여금 징수문제가 정치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정부 여당에서 확정한 방송법안을 국회에서 아무 탈없이 통과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현재의 여야 대치상황으로 볼 때 결코 낙관할 수 없는데다 최악의 경우 공동 여당이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으나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벼르고 있는 한나라당이 정부 여당의 방송법 단독 처리를 그냥 둘 리 없고, 방송사 노조나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방송법 통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방송법의 7월 임시국회 통과는 낙관할 수 없다. 어디에서 발목이 잡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방송법 통과가 지연될 경우 가장 피해를 입을 방송사업자는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업체다. 오랫동안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DSM·한국통신 등 위성방송사업자들은 위성방송사업 진출의 길이 봉쇄되며 이에 따라 한국통신이 오는 8월에 발사할 예정인 무궁화 3호 위성의 활용도도 크게 떨어질 게 틀림없다.
케이블TV업계에서는 프로그램공급사업자(PP)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 종합유선방송법의 통과로 종합유선방송국(SO)들의 주요 현안은 대부분 해결됐으나 PP들은 중계유선과 SO의 통합 등이 늦어져 사업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유관단체 및 정부 부처의 아노미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문화부·정통부 등 방송관련 부처의 행정 누수현상이 장기국면에 들어가고 방송위원회나 종합유선방송위원회 등 통합을 앞두고 있는 규제 기관도 갈피를 잡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방송법이 지연되면서 지상파방송사들은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되면 지상파방송사들은 방송위원회의 엄격한 규제의 틀 속에 들어가야 하는데 통과가 지연되면서 운신의 폭이 과거보다는 넓어진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방송계 전문가들은 정기국회 이전에는 방송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기국회로 넘어가면 사실상 법안 처리가 연말로 넘어가는 데다 내년 총선까지 겹쳐 있어 방송법 처리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기국회 이전에는 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지난 5년 동안 끌어온 방송법 논의를 일단 매듭짓는 게 중요하다』며 『우선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 통과시키고 미비사항을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 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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