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구기관장 공모 후유증

 최근 공모를 통해 새로 기관장을 맞이한 일부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심각한 「기관장 공모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은 아니지만 결코 간과해서도 안될 문제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기관장 공모에서 내부 인물간 경쟁을 벌였던 일부 연구소의 경우 경합에 나섰던 소속 연구원들 간에 편가르기나 연구과제 배분과 관련해 연구책임자급을 대상으로 한 줄서기, 특히 외부인사가 기관장으로 기용된 연구기관의 경우 신임 기관장에 대한 「왕따」 현상과 기득권층의 반발조짐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관장의 취임과정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좀더 심각한 국면이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연구기관 내의 연공서열을 무시하고 연구기관장 공모제를 선택한 것은 연구기관의 경영을 합리화하고 연구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파격적인 조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연구분위기 쇄신은커녕 오히려 인력이 사분오열되거나 해당기관의 조직장악 지연으로 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받게 된다면 이는 연구기관장 공모제 실시의 근본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으로 중대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연구기관장 공모제가 이번에 처음 실시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전자통신연구원 등 일부 연구기관에서 기관장 공모제를 시행한 바 있지만 이번과 같은 후유증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최근 공모를 통해 기관장을 선임한 상당수의 과학기술 관련 연구기관에서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 이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연유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구나 이번 공모제 시행 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연구기관들도 해당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될 경우 계속 공모제를 통해 기관장을 선임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인데 그때 가서도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되도록 방치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이번 연구기관 공모 결과를 발표하면서 선임과정의 투명성에 많은 신경을 쏟았고 연구기관 개혁에 적합하고 연구실적이 뛰어난 인물을 중심으로 선임했다고 강조한 것도 사전에 이같은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결과적으로 공모제 후유증이 심각하다면 차제에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하나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주무부처의 통제·감독 기능의 상실문제다.

 과학기술부 등 관련부처가 갖고 있던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통제·감독 기능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에 따라 올해부터 모두 국무총리실로 이관됐는데 만약 주무부처의 통제·감독이 없어졌다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 또한 현실적인 면에서 대책을 세워야 할 일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이 지금까지 주무부처를 통해 지급받던 연구비의 상당 부분이 앞으로 총리실을 통해 지급받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제도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연구기관장에 대한 책임과 권한의 강화문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에도 연구기관장 공모과정에서 『아무런 책임과 권한이 없는 연구기관장에 과연 누가 응모하겠느냐』고 하는 비관론이 대두되었다.

 만약 연구기관장들에게 예산·인사 등에서 실질적인 권한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면 외부에서 기용된 신임 기관장에 대한 홀대는 제도적으로 양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그렇지 않아도 예산삭감 및 조직축소, 업무 및 기능조정 등 현안의 구조조정 문제로 「출연기관도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우수 연구원의 이탈 등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 편가르기나 신임 기관장에 대한 「왕따」 등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현상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관습화되어 있다면 차제에 이를 과감히 떨쳐버리는 의식개혁이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기관장 공모제 시행과정에서 해당 연구기관 종사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거나 연구기관 자율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연구기관 종사자들이 추대하는 인물을 기관장에 선임하는 방안 등 기관장 공모제 시행방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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