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프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사업을 포기한다면 통신사업 전체를 포기하는 셈이다.』
네트워크 분야에 10년 이상 종사했던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통신산업의 거대한 흐름은 통합이다.
음성통신과 데이터통신이 합쳐지고 있으며 무선통신에서도 데이터통신부문이 중요 변수로 부상했다.
데이터통신부문은 이제 통신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IMF는 국산 네트워크 업계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기회였다. 성능대비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기준으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국산장비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여기서 국산 네트워크 산업의 생존 해법을 엿볼 수 있다.
우선 브랜드 명성보다는 성능대비 가격이 중요한 구매기준인 SMB(Small&Medium Business)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총 300억달러 규모인 세계 네트워크 분야에서 SMB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3% 수준인 40억달러 규모. 이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 상당한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 시장도 만만하지는 아니다. 대만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이미 일정부분을 선점했으며 선진업체들은 후발업체들에 맞서 OEM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음에도 국산 제품이 치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가격대비 성능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업체별로 특화된 제품군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해외에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네트워크 사업을 해온 국내 대기업들은 자신의 능력범위를 넘어서는 영업·개발전략을 고수해왔습니다. 시스코나 스리콤과 같은 토털솔루션업체가 된다는 당찬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서 탈피해 우선 한 제품이라도 성공사례를 만들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의 변화된 모습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가능성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판사업부문을 분사하고 자사 장비만을 팔기로 하는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여기에다 네트워크 전문 벤처기업들의 발전속도는 눈부실 정도다. 한아시스템·미디어링크 는 오는 2001년에는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평균 1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해야 가능한 실적임에도 결코 허황된 목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신동주 한아시스템 사장은 『미국을 비롯한 몇 개 국가에 제품 샘플을 보내서 테스트를 받아본 결과 국내제품이 해외제품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해외진출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행히 대기업들의 최고위층들도 인터넷 기반사업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한국 네트워크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해외업체들은 국내 네트워크업계를 견제하기 위해 최근 들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국내업체들은 해외업체들이 차지해온 시장을 빼앗기 위해 올해부터 세계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네트워크산업이 향후 전자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은 분명하다』며 『정부가 합리적인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진다면 우리의 네트워크산업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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