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CRT사업 전략 "궨도수정"

 LG전자(대표 구자홍)가 최근 음극선관(CRT)사업의 전략을 전격적으로 수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LG전자는 연초부터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수익구조가 가장 양호한 CRT사업을 매각, 외자유치에 나서기로 하고 외국업체들과 매각협상을 추진해왔으나 이달 초 전격적으로 매각방침을 철회하고 오히려 CRT사업을 확대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최근 LG전자측의 한 관계자는 『CRT사업의 매각방침을 철회하면서 오히려 반도체와 LCD의 매각에 따른 자금을 활용해 CRT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면서 『대우 측이 매각하기로 한 한국전기초자의 인수에 나서기로 한 결정도 이같은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CRT사업전략을 전격 수정하게 된 이유는 반도체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매각으로 3조원 이상 자금이 유입되면서 정부차원에서 요구한 200%의 부채비율을 맞추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CRT사업을 인수할만한 외국업체들이 없었다는 점도 매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측은 올초부터 대만계의 모니터업체와 브라운관업체를 비롯해 터키의 TV업체 등 여러 업체들과 수차례 접촉해왔다.

 특히 이들 업체 중 대만의 T사 등 일부업체는 구미공장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CRT사업 인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수의사를 밝힌 외국업체들이 모두 LG전자보다 사세가 뒤진 데다 인수할 여력도 없는 업체들로 판명되면서 CRT사업 매각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점차 대두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자금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알짜배기 사업인 CRT사업의 매각방침을 철회하는 대신 이 사업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LG전자는 21세기에 대비, 디지털사업으로 승부를 걸기로 한 데 따라 디지털사업의 핵심사업인 CRT사업을 버릴 수 없다는 현실적인 요인도 감안했다.

 LG전자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던 대한생명의 인수가 물거품이 되면서 3조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재무구조개선에 투입,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는 한편 주력사업인 CRT 등 디스플레이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디스플레이사업부문 구승평 사장은 전자 CU 및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들과 가진 사업전략모임에서 CRT사업을 포함, 디스플레이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기술적으로 경쟁사인 삼성전관보다 우위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된 평면브라운관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평면브라운관의 생산기종도 3개에서 6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브라운관사업의 숙원인 유리벌브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하고 한국전기초자를 인수함으로써 완제품에서 브라운관 및 브라운관부품인 섀도마스크와 유리벌브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 경쟁력을 배가하기로 했다.

 특히 LG전자는 TFT LCD의 취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CRT기술 개발과 함께 고선명(HD)TV시장에 맞는 디스플레이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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