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재 수입 증가 심상찮다.

 국내 경기회복으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5월중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중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3.8%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수입은 94억80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24%나 급증세를 보였다.

 이같은 월간 수입실적은 지난 97년 12월 이후 최대규모이며 수입증가율은 96년 이후 최고치라는 점에서 우선 관심을 끈다. 더욱이 수입급증 요인이 설비투자나 수출용 원자재의 수입증가 때문이 아니라 내수용 소비제품의 수입증가 때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생활용품의 수입이 63% 늘었고 가전제품의 수입도 46%나 늘었다는 것은 이를 반영한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조사한 20대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실적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지난 4월중 이들 소비재의 수입실적이 9012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5% 늘었고, 올 들어 4월 말 현재 수입실적도 총 3억5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1.2% 증가한 것은 분명히 소비시장의 이상기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품목별로는 이동전화기가 무려 495%나 늘어난 것을 비롯하여 승용차 158%, 세탁기 121% 등으로 소비재 수입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격증하고 있는데 IMF체제 하에서 과연 우리의 소비행태가 이대로 가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여기에 가전제품의 수출은 4월 말 현재 19억48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2%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결국 우리의 가전산업은 수입급증 현상과 수출부진으로 안팎에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수입선 다변화 해제품목의 수입동향도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된 주요 20개 품목의 4월 말 현재 수입실적이 총 57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2% 늘어났고 품목별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을 보면 NC 밀링머신 91.9%, 캠코더 91.4%, 복사기 81.1% 등이라고 하니 이미 몇몇 일본제품은 국내 수입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셈이 됐다.

 특히 캠코더의 경우 산업용이나 연구개발용의 경우 계속 대일수입이 허용되었던 품목이었으므로 올 들어 수입 증가분은 사실상 일반 가정용이란 점에서 앞으로 캠코더산업의 타격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소비재 수입증가 현상이 이미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여기에 또다시 오는 7월부터 대일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완전 해제될 경우 이의 여파는 매우 심각할 것이란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에선 무슨 이유로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완전해제된다 해도 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만을 내놓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일본 업체 중 상당수가 이미 국내 업체들에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업체들에 있어 국내시장 잠식은 2차적인 문제라는 당국의 인식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맹목적인 일제 선호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구매를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의식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직무기피와 같다. 그동안 여러 차례 수입선 다변화 제도의 완전 해제조치와 관련, 이의 대책을 촉구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 산업 피해발생시 반덤핑관세 부과 등 산업피해 구제제도의 적극적인 활용방안 등 이와 관련한 대책을 미리부터 세워야 한다. 산업피해 구제절차의 간소화나 산업피해 구제신청시 자금지원 제도화 등도 같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또 수입품에 대한 사후관리규정이나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 원산지 표시규정 등의 적용에 있어서도 국내제품과 똑같이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이 시점에서 필요하다. 이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면서 동시에 국내 산업 보호라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나 소비자들의 책임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도 가전산업이 당면해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파악, 이를 해결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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