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애호가들은 앞으로 안방에서 편안하게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 업체가 컨트롤러를 조정하면서 대형 디스플레이에 비춰진 3차원 영상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가상현실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일본철판인쇄가 개발한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관람객들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지 않고도 미켈란젤로의 조각품들을 눈 앞에 놓고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회사는 입체감을 주기 쉽도록 반경 3m의 구를 세로 40도, 가로 150도만큼 잘라낸 형태로 스크린을 만들었다. 또 컨트롤러는 가정용 비디오게임기처럼 전후·좌우·상하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 벽화로 유명한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을 이 시스템으로 본다면 컨트롤러의 움직임에 따라 천장의 벽화에 가까이 갈 수도, 천장에서 아래쪽을 내려다 볼 수도 있게 된다.
이 회사는 대형 스크린과 비디오 프로젝터, 음향장치까지 설치한 가상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기업체를 위한 쇼룸을 제작해 내년부터 10억엔의 판매고를 올릴 계획이다.
한편 스탠퍼드대학은 디지털 미켈란젤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박물관에 설치된 스크린이나 개인용 컴퓨터로 예술품을 감상한다는 점에서는 일본철판인쇄와 발상이 비슷하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스탠퍼드는 미켈란젤로의 조각품들을 스캐닝한 후 특수 알고리듬을 사용해 디지털 데이터를 3차원 컴퓨터 모델로 변환시키게 된다. 그 다음, 여기에 정확히 대응되는 오버레이를 만들고 이 오버레이가 예술품의 표면 컬러 및 이미지를 정확하게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디지털 미켈란젤로 프로젝트의 관건은 3차원 모델의 색상과 모양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다비드상」을 예로 들면 데이터의 총량이 테라바이트 수준이기 때문에 컬러와 모양을 동시에 스캐닝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조각품의 표면 반사율을 추출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적절한 반사율을 찾아내야만 컴퓨터 모델을 통해 다른 조명조건을 가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려면 이미지에서 그림자와 하이라이트 효과를 제거하는 특수처리를 해야 한다.
스탠퍼드대학의 컴퓨터그래픽 연구팀은 지난 96년 세계 최초로 3차원 팩스를 개발했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미세한 조각용 칼자국까지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3차원 가상현실을 만들 계획이다.
조각품의 외형에 조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작품감상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세계 곳곳에 루브르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VR체험관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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