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는 인기곡 편집앨범 저작권 분쟁 "지뢰밭"

　「IMF에 매출을 올리려면 편집앨범을 만들어라」는 말이 불문율처럼 퍼지면서 최근 국내 음반업계에 편집앨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러나 인기있는 곡들만 쏙 빼서 만든 편집앨범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모아 당장의 판매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 음반시장을 키운다는 관점에서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편집앨범은 작사자·작곡자들의 저작권과 음반기획사 및 음반 제작업체의 저작인접권 침해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으면서 음반사들간의 법정 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기도 하다.

　 가요 편집앨범인 「명작」시리즈를 7집까지 내면서 연속 10만장이 넘는 판매액을 올리는 등 국내 음반마케팅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록레코드. 이 회사는 작사·작곡자들에게 높은 저작료를 주면서 공격적으로 음원을 확보한 덕에 편집음반은 성공했지만 타 음반업체들과의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4월 유니버설뮤직은 자사 소속 가수 엄정화의 4집 앨범 중 「초대」가 록레코드가 발매한 「CLUB DJ발라드 스페셜 VOL.1」에 불법 수록돼 저작인접권을 침해당했다며 이 음반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록레코드는 『엄정화씨의 기획사에 이미 사용료를 지불했다』고 밝혔으나, 유니버설측은 『저작인접권은 음반사에게 있으며 이와 관련해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반박, 소송을 낸 것이다.

　다행히 이 사건은 록레코드가 유니버설뮤직에 저작인접권료를 지불하는 선에서 양사의 합의가 이뤄져 해결됐지만 편집음반에 관한 이같은 분쟁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내포돼 있다는 것이 음반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틴팬앨리엔터테인먼트의 김규남 과장은 『편집음반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들어 음반제작에 기획사와 제작사, 발매사 등 여러 업체가 다양한 권리로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에 권리 분석을 철저히 하지 않고 한 쪽 말만 들을 경우 이같은 분쟁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한 음반업체 관계자도 『일부 작사·작곡자와 음반기획사들은 저작권료와 사용료 수입 확대에 급급해 권리주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상당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