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헌 이네트정보통신 사장
국가경쟁력 1위국이자 이른바 미국적 가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수십만개의 인터넷 상점이 생겨나도 이를 규제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없었다.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을 전개했고 고객은 싸고 편리한 구매수단을 택했을 뿐이다. 델은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스스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했고 3명의 인력이 운영하면서 하루에 200만 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21세기 기업의 경쟁수단이 무엇인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국가경쟁력 2위국이자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의 상징인 싱가포르는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정부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자체 비용부담 없이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열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을 어떻게 정보화의 세계로 안내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자상거래는 유통의 혁명이며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전자상거래법을 제정하는 것이었고 한편으로는 국세청에서 주요 감시대상 업종으로 인터넷 쇼핑업을 포함시켰다. 법이 없어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지 않은 것도, 인터넷 쇼핑업이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마디로 정부정책이 맥을 잘못 짚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자상거래는 거래가 투명하고 따라서 탈세의 우려가 없으므로 장기적으로 탈세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따라서 현재 척박한 토양에서 먼저 자기 돈으로 투자하면서 전자상거래를 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장려금은 주지 못할 망정 세무조사를 하겠다니 기막힌 노릇이다.
지난 수십년간 낙후되고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합리화한다는 명목으로 수천억원이 지원되었으나 본질적으로 유통구조가 달라진 것은 없다.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면 경쟁의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유통구조가 합리화된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인터넷의 사각지대인 중·장년층, 여성층, 중소기업을 정보화의 세계로 유인하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따라서 전자상거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전자상거래 사업자에게는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 한시적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과 개인이 투명한 거래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모든 상거래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경쟁력 확보의 기본토양이 될 것이며 현재의 정부정책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둘째,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는 정부가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일수록 유통망과 마케팅 채널이 부족하며 이를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전자상거래이기 때문이다. 모든 중소기업의 홈페이지가 단순 정보제공에서 실질적인 상거래행위가 수반되는 마케팅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전자상거래 보험제도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해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손실을 합리적으로 분담하고 신용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각종 교육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전자상거래 교육과정을 도입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체계적인 전자상거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아이디어만으로 새로운 천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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