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의 오늘과 미래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에 소재한 미디어밸리 대회의실에서 「전자상거래(EC)의 오늘과 미래」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학계·업계에서 2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전자상거래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국내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특히 정부가 추진중인 전자문서교환(EDI)이나 국내 대기업들의 전자상거래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으며 의식확대가 시급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모임의 주요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송관호(한국전산원 국가정보화센터 단장, 사회)=올해로 인터넷이 발명된 지 30년이 지났다. 인터넷상에서 전자상거래가 시작된 지는 3∼4년에 불과하지만 전자상거래는 많은 경제활동과 사회적인 환경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한편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양동(LG인터넷 사장)=현재 정부에서 추진중인 EDI는 필수적으로 구매 과정의 변화가 뒤따르므로 많은 벽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조달청에서 시범 운영중인 조달 EDI의 경우 9종의 문서 중 현재 2종만이 사용되고 있고 그중 조달요청서 활용률은 2.7%에 머물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최돈영(삼성SDS 부장)=조달 EDI가 구축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또 구매행태가 바뀌게 된다. 조달 EDI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수요처에서 만족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러한 상황에 오지는 못했다. 또 일부 부처를 제외하고는 의지가 분명하지 못하다. 그러나 분명 조달 EDI를 사용하면 편리함을 느낄 것이다.
△이기주(정보통신부 정보화지원과 과장)=조달활용률이 낮은 것은 조달행정업무가 적은 지방의 조그만 행정관서까지 모두 포함해 조사했기 때문이다. 큰 관공서인 경우 조달 EDI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의 경우 내년 1월까지 1000달러 이상 10만달러 이하의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 조달행정의 70%를 EDI로 처리하는 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현재까지 실제로 조달 EDI가 적용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법적제도와 함께 어우러져야 효율적으로 추진된다.
△사회=전세계 전자상거래 규모를 보면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2000년 82억달러, 2005년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자상거래의 80%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고 유럽 10%, 아시아지역 5%선에 그치고 있다. 국내에서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어떤 방안이 있는가. 그리고 전자상거래가 확산될수록 정보공유로 인해 소비자 파워가 커진다. 독점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윤이 줄어드는 기업측면에서 보면 전자상거래를 꺼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데.
△오창호(한신대 경영학과 교수)=전자상거래는 기업간거래(B to B), 기업과 소비자거래(B to C), 소비자와 소비자거래(C to C)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는 상품을 유형제품으로 보면 실체를 갖는 상점과의 경쟁도 발생할 수 있어 한정될 수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6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보면 전체 상거래의 0.1%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상품개념 자체를 넓게 봐야 하고 이러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 인프라도 빨리 구축돼야 한다. 전자상거래상에서는 소비자의 파워가 커져 기업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전자상거래가 대세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자상거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춰 1위업체가 되거나 특화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유승화(아주대 교수)=전자상거래는 필연적으로 지역간 가격의 단일화를 가져온다. 이 부분도 기업이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TV의 예를 들면 국내 TV업체가 미국에 파는 가격과 일본·소련에 파는 가격이 각각 다르다.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를 전자상거래로 거래하면서 과감하게 가격을 단일화했다. 국내업체도 이에 대응해 각 지역의 가격을 단일화해야 한다. 특히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진구(미디어밸리 사장)=전자상거래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일부 국내업체 중에서는 EDI를 통해 수출하지 않으면 가격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있다. 시스코사는 EDI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마케팅 지원금을 축소한다. B to B 거래는 인건비를 줄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크게 확산될 것이다. 그러나 B to C의 경우 결제수단이 아직까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파급되지 못하고 있다. B to C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가정주부나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전인근(외국어대학교 교수)=조달 국제화는 우리나라로 봐서는 무엇을 팔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조달 국제화는 품질·가격만이 평가 척도다. 근본적인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
△이기주=정부에서는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제도를 시급히 마련할 방침이다. 설문조사결과 B to C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과정에서 절반이 이탈한다. 신뢰감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예다. 정부에서는 전자상거래로 야기될 수 있는 소비자 피해사례를 막는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다. 방문판매법에서 적용되고 있는 구매 제품의 무조건 철회라든지 전자상거래를 위해서 갖춰야 할 요건을 규정하는 표준약관 등을 시급히 법제화할 계획이다.
△하재구(인포머셜 컨설팅 대표)=조달 EDI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은 콘텐츠는 그대로인데 형태만 바뀌어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불필요한 문서를 먼저 정리하고 조달 EDI나 CALS를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조달 EDI의 실사용자를 만나보면 문서형태만 바뀌었지 실제로 좋아진 것을 별로 못 느끼겠다고 얘기한다. 콘텐츠를 우선 개선하고 조달 EDI를 추진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사회=짧은 시간내에 토론이 진행돼 전자상거래가 초래할 문화적 변화 등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전자상거래가 과연 상거래 형태의 주류가 될 것인지 아니면 현재 상거래의 부수적인 형태로 머무를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에 「인터넷」을 너무 과소평가했고 「종이없는 사무실」에 대해서는 너무 과도한 평가를 내린 경험이 있다.
<정리=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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