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통신 해외 DR 발행 이후

 한국통신이 지난 26일 미국 뉴욕에서 예상외의 호조건으로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성공한 것은 국제적으로 한국경제의 신인도를 인정받은 결과다. 그만큼 이번 한국통신의 주식 해외 매각은 국내 정보통신업계뿐 아니라 경제계 일반이 주목했던 사안이다.

 한국통신은 국내 최대의 기간통신사업자이면서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더욱이 DR 발행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71.2%의 주식을 갖고 있던 공기업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한국통신의 일거수 일투족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경제」를 평가하는 잣대가 됐고, 이런 기업이 자사의 주식을 내다 판다고 하는 것은 한국통신은 물론 한국 경제의 「알몸」을 국제 자본시장에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통신의 이번 주식 매각이 성공적이라고 보는 것은 다름아닌 가격이다.

 냉엄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가격으로 평가되고 이런 점에서 현 국내 주가에 비해 20%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은 것은 한국통신의 현재와 미래, 나아가 한국 경제의 가능성을 공인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정부와 한국통신이 마냥 들떠 있을 수만은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번 해외 DR 발행을 통해 정부와 한국통신에는 각각 1조3661억원과 1조5938억원이 입금되게 됐다. 이같은 천문학적 재원을 단순히 정부나 한국통신의 수입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비록 정부 지분(구주)과 한국통신 지분(신주)을 매각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 지분은 모두 「우리 국민의 재산」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재원을 낭비나 중복·과잉투자에 헛투자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고 정부의 정책당국자와 한국통신 경영진들은 바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같은 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이번 해외매각대금은 국가 정보통신망 고속화 및 고도화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코리아 21 프로젝트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요구되고 이번 매각대금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좀 더 치밀한 검토를 거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고민해 주길 바란다.

 기우인지는 몰라도 과거 정부 역시 거창한 프로젝트와 이에 필요한 재원을 동원했지만 늘 투자 적정성 문제가 시비거리가 되곤 했다. 혹여 경기부양이라는 정치적 시각에 치우쳐 과잉투자가 돼서는 곤란하다.

 한국통신 경영진과 직원들은 이번 DR 발행의 주인공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국제 금융시장이 한국통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은 셈이고 제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밑바탕으로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물적 토대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통신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21세기에도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통신과 이동통신 강화가 필수적이지만 이 부문은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통신에는 여전히 불투명한, 그렇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통신은 한쪽으로는 교환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에, 다른 한쪽으로는 이동통신서비스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어떤 쪽이건 이번에 확보된 현금은 한국통신의 장기적 체질 및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인다면 정부와 한국통신 경영진은 직원들의 사기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통 직원들은 거듭되는 인력감축과 동종업계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보수 등으로 사기가 말이 아니다.

 이번 해외 지분매각은 한국통신 자체를 내다 판 것이 아니라 한국통신의 미래를 매각한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