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벤처Ⅰ> 미국 나스닥 시장

 「벤처기업의 천국 미국.」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대 정보통신 강국으로 만들고 미국 경제가 추락을 모르는 성장가도를 달리게 한 것은 다름아닌 벤처기업의 젖줄 「나스닥(NASDAQ: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인텔·넷스케이프 등 유수한 업체들이 나스닥을 통해 화려한 데뷔를 했으며 여기서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아마존·야후 등 인터넷업체들의 주가가 나스닥시장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이 창업해서 나스닥을 통해 기업공개를 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5년에 불과해 벤처기업에 투자한 에인절과 벤처캐피털이 투자성과를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고 그 결과 벤처기업들도 쉽게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나스닥 중심의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투자유치는 은행 융자와 달리 금전적 책임을 동반하지 않아 벤처기업들이 공격적인 시장전략을 통해 재빨리 시장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5100여개의 기업이 등록돼 있는 나스닥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조6000억달러에 달했으며 98년 총거래대금은 5조8000억달러를 기록, 설립 30년도 안돼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규모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어 세계 두번째 시장으로 성장했다.

 상장주식수와 거래량으로만 따지면 뉴욕증시보다 앞선 세계 최대 증권시장이기도 하다.

 나스닥은 지난 71년 설립된 이후 기업공개에 나서는 업체의 85%가 이곳을 통할 정도로 미국 벤처기업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94년 이후 5년간 2353개의 기업이 나스닥을 통해 기업을 공개했으며 최근에는 외국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98년말 현재 442개 외국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돼 있으며 특히 이스라엘의 경우 60개가 넘는 업체가 나스닥에 등록돼 있다. 그밖에 인도·대만·중국 등의 벤처기업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나스닥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전미증권업협회(NASD)의 관리하에 운영되는 나스닥은 객장 없이 순수하게 컴퓨터 전산망을 통해 주식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NYSE와 차이가 있다.

 코네티컷주 트럼벌시에 위치한 중앙컴퓨터센터를 중심으로 500여개 증권사와 5000여명의 중개인, 일반투자가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나스닥시장을 형성한다. 전산망을 통해 거래 당사자에게 장외시장의 호가를 자동으로 제공,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일종의 자동시세통보시스템이 나스닥의 실체다.

 특히 나스닥은 종목당 단일 스페셜리스트에 의해 거래가 이뤄지는 NYSE와 달리 종목당 평균 11개의 「시장조성인(Market Maker)」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제시함에 따라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주문이 자동으로 체결된다.

 나스닥시장은 전국시장(National Market)과 중소시장(Small Cap Market)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NYSE보다 상장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벤처기업들이 비교적 쉽게 상장할 수 있다. 전국시장 상장을 위해서는 상장기준 1, 2, 3 중 한가지를 만족시켜야 하며 중소시장은 전국시장보다 기업규모 등에서 완화된 상장기준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영세한 기업도 등록할 수 있다.

 비재무부문에서는 △2명 이상의 비상임이사를 둘 것 △비상임이사 주축의 감사위원회를 둘 것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것 등의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국내 상장기업 및 코스닥 등록기업 중 나스닥 상장요건을 만족시키는 기업은 해외주식예탁증서(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를 신주발행하거나 유통DR의 형태로 구주매출하는 형식으로 발행한 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 다만 현지법인은 외국기업으로 간주돼 직상장할 수 있다.

 재미교포 벤처사업가나 국내기업의 미국 현지법인이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예는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 벤처기업에 나스닥은 아직 불모지에 가깝다. 다만 몇몇 유망 벤처기업이 내년과 2001년을 기점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벤처기업의 나스닥 진출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컴퓨터통신통합(CTI) 관련 개발업체인 로커스, 통신주파수 관련기기 전문업체인 에이스테크놀로지,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업체인 심텍, 게임업체인 마리텔레콤 등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통신기술업체인 새롬기술, 소프트웨어업체인 핸디소프트, 인터넷 전문업체 넥스텔 등은 현지법인을 통한 나스닥 등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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