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의 나이를 살아가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제목이 의미하듯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영화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새로운 인생을 결정짓게 만드는 여명기가 있듯 지독한 콤플렉스에 파묻혀 어두운 통로를 지나온 듯한 기억 또한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가 바라보는 청춘의 모습 역시 아픈 기억을 되살리듯 가슴이 저며온다. 에릭 종카 감독은 이 뒤늦은 데뷔작에서 신세대들의 현란함과 감각적인 코드 대신 사실적인 톤으로 삶의 한단면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내재된 감수성을 잘 포착하고 있다.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카드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이자(엘로디 부세)는 친구를 찾아갔다가 허탕을 치게 된 릴르시에서 한 남자의 도움으로 의류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그곳에서 이자는 말이 없고 그늘진 동갑내기, 마리(나타샤 레니에)를 만난다. 마리는 갈 곳이 없는 이자를 자신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아파트로 데리고 간다. 그 아파트는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모녀의 것이지만 마리에게는 얼굴도 모르는 그들은 단지 「아파트를 언제 내줘야 하느냐」하는 관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자는 아파트 주인의 모녀가 있는 병원으로 찾아간다. 엄마는 이미 죽고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딸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된 이자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며 그녀를 간호한다. 재봉틀을 잘 다루지 못한다며 이자가 공장에서 해고되자 마리도 공장을 그만두고, 둘은 아파트에서 뒹굴거나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밤거리를 쏘다니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한다. 이자가 전단을 뿌리거나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동안, 마리는 물건을 훔치다 만난 나이트클럽 사장인 크리스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자는 마리가 바람둥이인 크리스에게 점점 집착해가는 모습을 걱정하지만 그럴수록 마리는 지겨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여기며 제멋대로인 크리스를 받아들인다. 결국 마리와 이자는 크리스로 인해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되고 이자는 마리의 아파트를 나와 버린다.
「청춘」이라는 인생의 정점을 다룬 수 많은 영화들 가운데서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이 갖는 강점은 왜곡되지 않은 시각과 함께 칸에서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두 여배우의 연기다. 각기 다른 인생의 출구를 찾아가는 두 인생의 삶은 일상적이지만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 이제는 다 닳아버린 줄 알았던 소외된 청춘의 또 다른 모서리를 보게 한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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