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75)

 여행을 끝내고 연구소 기숙사로 돌아온 지도 열흘이 지나갔습니다. 나는 내 개인 연구실에서 펄스작용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료를 찾아서 그것을 컴퓨터에 입력해 정리하는 작업이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욱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숙사로 돌아와 샤워를 막 끝냈을 때, 제럴드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당신의 나라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쿠데타란 지난 61년 5월 16일의 박정희로 끝나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쿠데타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까, 당신의 사령관이 일으켰다고 했습니다. 당신의 나라에서 당신의 사령관이라고 하는 어휘는 나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주었습니다. 대관절 지금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송혜련씨는 모르고 있습니까? 하긴, 매우 은밀하면서 거의 피를 흘리지 않은 쿠데타라고 했으니, 일반 시민에 불과한 당신이 모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럴드는 그들이 정세 판단한 것을 나에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 합동수사본부장인 사령관이 육군 계엄 총사령관을 체포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이전에 작전을 했기 때문에 하극상으로 보고 있고, 군부내의 파워게임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쿠데타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송혜련씨, 나는 정치에 대해서 무관심하지만, 적어도 쿠데타는 한번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시계를 다시 60년대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20년 전으로 다시 소급해 올라가는 꼴이지요. 그렇지만 당신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이 시간에 서울에 있었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요. 아마 침묵하고 있었겠지요. 아니면 잘 모른 채 그냥 그렇게 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의 상관인 사령관을 돕는 일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쿠데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순간 사령부는 육본을 비롯한 모든 부대의 통신을 장악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부대의 움직임은 무선과 유선의 통신체계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옛날같이 말타고 가서 명령을 전달하거나 작전지시하지 않지요.

 역사의 시계바늘을 다시 돌려놓은 나의 사령관에 대해서 이 곳의 정보 담당자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듯합니다. 그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표면으로는 그렇게 말합니다만) 한국의 패권자가 그들의 말을 얼마나 잘 들을 것인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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