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도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을까. 미 항공 우주국(NASA)은 2년에 한번씩 민간인 중에서 우주비행사 후보생을 뽑는다. 우주비행사란 말 그대로 우주여객선을 운전하는 조종사들. 21세기 우주관광시대가 되면 승객을 싣고 우주 저편으로 날아갈 선장과 승무원들이다.
나사의 우주비행사들은 함장(Commander), 우주 파일럿(Pilot), 특수대원(Mission Specialist)으로 나뉜다. 함장은 우주선의 성공적인 임무수행과 무사귀환을 책임지는 총사령관. 함장을 옆에서 보좌하면서 우주선을 조종하는 것은 파일럿의 몫이다. 특수대원은 분야별 전문지식을 가지고 말 그대로 우주탐사의 특수한 임무를 맡는다. 우주선 밖에서의 탐험과 채집 활동을 가리키는 EVAs(Extravehicular Activities)라든가 우주 유영, 원격조종시스템 가동 등이 특수임무에 포함된다. 요즘에는 컴퓨터전문가도 필요하다. 노트북컴퓨터,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등의 장비를 능숙하게 다뤄야 우주탐사 임무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비행사는 어떤 사람들일까. 지난해 말 존 글렌 상원의원이 탑승해 화제를 뿌렸던 디스커버리호가 오는 20일이면 또다시 대장정에 나선다. 이번에 탑승할 우주인들은 모두 7명. 대부분 40대 초반이고 여성도 3명 포함됐다. 이들 가운데 몇 사람의 프로필을 통해 우주비행사의 조건을 찾아보자.
우선 함장은 미 해군 출신의 켄트 로밍거(42). 항공공학을 전공했고 35종의 비행기를 5000시간 동안 몰아본 베테랑 조종사다. 수상스키와 승마를 즐기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 92년 나사에 선발된 후 존슨 스페이스센터의 훈련을 거쳐 우주비행사가 됐다. 그동안 우주에서 보낸 시간은 총 1090시간.
그를 도와 우주선을 조종할 파일럿은 릭 더글러스(41). 나사 홈페이지의 우주비행사 소개란을 보면 릭은 평소에 두 아이와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버지다. 대학시절 텍사스에서 파일럿 훈련과정을 이수했고 94년 나사에 지원했다. 스키, 사이클, 노래부르기가 취미.
최연소 탑승자는 줄리 파예트라는 캐나다 여성(35). 특수대원인 줄리는 음성인식과 자연어 프로세싱 분야의 전문가다. 토론토대학 졸업 후 캐나다IBM의 시스템 엔지니어를 거쳐 몬트리올 벨 연구소의 음성인식 프로젝트 팀원으로 일했다. 92년 캐다다 우주센터의 비행사로 선발됐고 96년 우주비행사 자격증을 땄다. 그동안 600시간의 제트기 운전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우주로는 이번이 처녀비행이다.
우주선의 모든 컴퓨터 장비는 또다른 특수대원 대니얼 베리(42)의 손에 달려 있다. 대니얼은 프린스턴대학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의학과 물리학까지 복수전공한 학구파. 96년 첫 우주선 탑승 이후 총 214시간을 우주에서 보냈으며 우주유영은 6시간 9분의 기록을 가졌다.
천문학 전문가도 있다. 버클리 출신의 타마라 저니건(40)은 81년부터 5년 동안 나사 리서치센터에서 일한 후 86년 우주비행사가 됐다. 우주에서 1277시간을 보낸 노련하고 경험 많은 대원으로 이번이 다섯번째 우주행이다. 취미는 배구, 소프트볼, 라켓볼.
이들은 모두 석사 혹은 박사 학위 소지자로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나사가 요구하는 지원자격은 수학, 생물학, 물리학, 엔지니어링 분야의 학사 이상이면 되지만 합격자의 대부분이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다. 키는 162∼193㎝로 병역1급 판정에 준하는 신체조건이 필수다. 100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도 필요하다. 쉬운 조건은 아니지만 평균경쟁률은 200 대 1을 넘어선다. 20명 모집정원에 지원자는 보통 4000명을 넘는다. 1차 서류심사에서 합격하면 적성테스트와 신체검사, 그리고 개별면접을 받아야 한다. 우주공간에서는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성검사에서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를 가려낸다.
서류심사가 끝나면 20여명의 최종합격자들에게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존슨 스페이스 센터(JSC)에서 1년 동안의 지옥훈련이 기다린다. 수학, 지구과학, 기상학, 해양학, 천문학, 물리학 등 이론교육과 함께 스쿠버다이빙과 낙하산이 필수과목. 수영실력은 비행복을 입고 25m 풀을 3번 왕복할 수 있어야 한다. 고압과 저압에 모두 잘 적응해야 하고 커다란 물탱크에 들어가 무중력 적응훈련도 견뎌야 한다. 트레이닝을 통과한 후보자들은 적어도 5년 동안 나사에서 지상근무를 거친다. 까다로운 선발과 지옥훈련, 그리고 지루한 지상근무까지 이 모든 과정을 참아낸 사람에게만 우주비행사의 자격증이 주어진다. 부와 영예를 누릴 수 있는 우주비행사, 하지만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2
[이슈플러스] 네이버·카카오, 올해 신규 AI 서비스 쏟아진다
-
3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4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5
자체 모델·오픈소스·MS 협력…KT, AI 3트랙 전략 가동
-
6
마이크론 공략 통했다…펨트론, 모듈 검사기 공급
-
7
트럼프, 푸틴과 만남 “매우 곧”..EU 보복관세 계획엔 “그들만 다칠 뿐”
-
8
기아, 첫 전기 세단 'EV4' 디자인 공개…내달 출격
-
9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네'…신생 배터리 기업들 美 투자 줄줄이 취소
-
10
머스크, 챗GPT 대항마 '그록3' 17일 첫선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