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벤처기업 천국 만들기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정부 정책이 관 중심이다. 경제정책은 물론 교육정책도 그렇다. 국민의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벤처기업을 위한 정책을 보더라도 관 주도형의 냄새를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벤처기업은 일반 민간인이 개인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모험을 무릅쓰고 위험성이 높으나 성공했을 때의 수익이 아주 높은 사업에 투자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고 자금을 가진 사람, 혹은 회사의 경영기술을 가진 사람도 같이 일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 형태가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과 온실을 꾸며주는 것으로 역할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벤처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외형부터 만들어야 한다. 관청에서 주는 혜택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그 틀에 맞게 회사의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정부에서 주도하는 자금·연구비·세금혜택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부의 벤처정책이 이처럼 경직되게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벤처기업의 자금이 대부분 국가에서 지원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연구개발비도 정부가 나눠주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그 결과 정부는 자금을 배정할 때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벤처기업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놓고 기업들이 이에 따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벤처기업의 기준을 보면 1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기업은 벤처기업으로 등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그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정부의 지원금도 어느 정도 성공한 기업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정부가 어떤 사업이 성공할 것인가를 일일이 판단하기 쉽지 않으니까 이러한 틀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실패확률을 줄이려고 하거나 혹은 전근대적 발상으로 공무원의 비대조직을 유지하거나 만들려고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벤처기업의 천국인 미국의 경우 정부가 정의하는 틀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위 벤처기업이 타 기업보다 특혜를 받지도 않는다. 다만 투자자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잘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투자에 실패했을 경우 세금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던가 망하는 회사의 정리가 쉽게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 있다. 또 회사의 등록과 퇴출이 어렵지 않고,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가족까지 망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기업의 등록도 쉽지 않지만 망하기도 쉽지 않다. 등록에 대한 것은 이미 언급했으니 망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해보자. 기업주가 사업성이 떨어지는 회사를 청산하려고 해도 그때까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갚기가 어려워 무리하게 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주가 빚을 갚지 못하면 범죄자로 전락,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창업투자회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이들이 다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안정적으로 실시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일반 투자자들도 벤처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완장치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우선 투자 실패에 대한 세금의 감면이 한 예가 될 것이다. 투자자의 천국, 벤처기업가의 천국이 되면 벤처기업의 육성은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김석기 고려대 전자공학과 교수>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