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를 애타게 했던 드릴 가공 능력 부족 사태가 최근들어 크게 해소돼 PCB업계가 한숨을 돌리고 있다.
반면 드릴 가공 병목 현상 해소로 지난해 말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국내 PCB 드릴 외주업체들은 급작스런 물량 감소에 당황하고 있는 눈치다.
이처럼 국내 PCB 드릴 가공 환경이 급변한 것은 우선 드릴 가공 능력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3대 첨단 PCB로 불리는 BGA기판, 램모듈기판, IVH기판의 수요가 지난해 말부터 급증,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자체 보유 드릴로는 밀려드는 물량을 가공할 수 없게 되자 절반 정도의 드릴 가공 물량을 외주업체에 의뢰했다.
그러나 그동안 중소 PCB업체를 상대로 드릴 가공사업을 벌여온 중소 드릴 가공 전문업체들은 대기업 PCB업체에서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드릴 가공 물량을 소화할 수 없어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 정도 생산 지체 현상을 빚었다.
드릴 가공 병목 현상이 심화되자 대기업 PCB업체는 물론, 중견 PCB업체와 드릴 전문업체들은 이때부터 드릴 가공 능력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4월까지 국내에 반입된 드릴 수는 대략 500축 내외가 될 것이라는 게 PCB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사용 연한이 거의 다된 메커니컬 드릴을 국내 중소 PCB업체에 대량 매각한 일본 PCB업체의 물량까지 합치면 대략 800축 정도의 드릴이 국내에 도입됐을 것으로 중고 드릴유통업체는 분석하고 있다.
국내 PCB업계의 드릴 보유 대수가 급증한 가운데 그동안 국내 PCB산업의 호황세를 떠받쳐온 BGA·빌드업기판 수요가 최근들어 격감하기 시작해 PCB 드릴 가공 물량 감소 추세는 더욱 심화됐다.
대기업 PCB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들어 BGA기판 수요가 지난해 말보다 무려 20% 정도 줄어들었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여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외주업체에 드릴 가공을 외뢰할 형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PCB업체 관계자는 『지난 3월까지는 이동전화기용 IVH기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최근들어서는 수요 증가가 크게 둔화됐다』면서 『이동전화기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지 않는 한 이 분야 PCB 수요 증가는 정체 상태를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드릴 수요와 직결되는 이들 핵심 PCB 수요 증가가 둔화됨에 따라 그동안 드릴 외주업체에 물량을 의뢰했던 주요 대기업 PCB업체들이 드릴 가공 물량을 거둬들이자 드릴 외주업체들의 조업률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드릴 가공업체는 드릴 가공 물량 부족 사태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왜냐하면 오는 9월경 미국 인텔이 램버스 D램의 수요를 크게 부추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램버스 D램 수요가 일기 시작하면 드릴 가공 물량은 또다시 폭주할 것이라는 게 PCB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기에 국내 주요 TFT LCD업체들이 설비 증설과 수출에 총력전을 전개, 이 분야 PCB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찬 바람이 부는 가을철에는 또 다시 드릴 외주업체 생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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