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나라는 그 인종도 다양하지만, 지형 역시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랜드 캐니언에 갔을 때 협곡의 웅장함에 놀랐습니다. 거대한 지층이 가라앉은 듯한 협곡은 자연의 힘을 느끼게 했습니다. 더구나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사막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 동부 쪽 텍사스 사막에 들어갔을 때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막의 입구에는 서부개척 당시의 개척자 이름을 딴 싱클레어라는 조그만 소읍이 있었는데, 그 다양한 촌락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물관과 골동품상, 그리고 개척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영화 세트장 같은 시설이 보였습니다. 호텔 역시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키는 목조건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하루를 묶고 빌려 탄 렌터카로 사막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막은 산을 하나 넘으면 바로 있었는데, 그 산에는 한낮에도 표범이 나온다고 호텔 지배인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차를 함부로 정차시키고 내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그 마을에서 아침 조깅을 하던 사람이 하이에나의 습격을 받아 생명을 잃었다고 합니다.
좀 을씨년스런 이야기였지만,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 때 창가에 꿀새가 날아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새 종류로는 가장 작은 새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벌과 같은 모습이었으나 분명히 벌은 아니었습니다. 입이 뾰족한 이 새는 주로 꽃 속에서 꿀을 빨아먹고 산다고 하였습니다. 호텔 창가에는 그 새를 유인하기 위해 조그만 통에 꿀을 넣어 놓았는데, 새들이 날아와서 꿀을 빨아먹고 있었습니다.
싱클레어 마을을 벗어나기 전 촌락 끝에 조그만 오두막이 보여서 우리는 그곳에서 물을 얻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골 처녀가 나와서 우리에게 물을 주었는데, 그 여자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나는 문뜩 우리나라 시골 처녀를 연상했습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얼굴을 붉히는 미덕이 있었던 우리의 촌락 처녀들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시화 바람이 불면서 시골에 젊은 여자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시골처녀라고 해서 얼굴을 붉히지 않습니다.
산을 넘자 기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나는 그렇게 기후가 달라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산을 사이에 두고 대기가 어떤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였습니다. 온통 모래 언덕이 이어져 있었고, 이따금 나지막한 산이 있었지만 선인장만 드문드문 보일 뿐 메마른 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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