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산 부품 다시 몰려온다

 대만산 부품이 황사바람을 타고 다시 밀려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0원대 중반을 유지했던 달러당 원화 환율이 최근들어 1100∼1200원대로 낮아지면서 대만산 부품의 한반도 상륙이 재개됐다.

 대만산 부품의 매력은 무엇보다 값이 싸다는 점. 전세계적으로 기술개발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제품일 경우 그 정도는 더하다. 성능이 더욱 뛰어난 제품이 나올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가격의 높낮이가 구매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제품은 저항기.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 저항기는 사양산업 품목으로 비치고 있다. 더이상의 기술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물론 특수저항기는 예외다. 일반적인 저항기가 그렇다는 지적이다.

 최근들어 대만산 저항기의 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일반 원통형 저항기는 물론 비교적 투자비가 많이 드는 칩저항기의 가격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산 칩저항기는 관세를 포함해도 개당 70전 정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평균 1원40전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수요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매달 전체수요량의 10% 정도가 이미 대만산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저항기시장은 대략 월 20억원 정도. 업계 분석대로라면 2억원 정도가 매달 대만으로 빠져나간다는 계산이다.

 콘덴서·커넥터 등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다소 주춤했던 커넥터도 환율 인하와 대만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로 유입이 늘어날 태세다.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콘덴서 역시 대만산 제품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만산 부품이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율의 변동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부품업계의 골칫거리였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대만산 제품의 국내 시장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 원인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처방법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부품분야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만산 제품의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분업체계의 활성화다. 대표적인 대량생산 제품인 저항기의 경우 제품을 만들기 위해 7개 정도의 가내수공업업체들이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같은 체제를 흉내도 낼 수 없다. 한 업체가 모든 것을 주관하는 고전적인 생산방식이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날로 확대되는 대만산 제품의 유입을 막는 방안은 여러가지다. 업체들 사이에 공조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소형업체들 사이에 협력체계를 마련,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 역시 고려해볼만한 대책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것 역시 간접적인 대처방안이다.

 일본 등 선진국의 업체들에게는 기술개발면에서, 동남아지역 업체들에게는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은 이제부터라도 활로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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