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를 보는 이유는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감독의 도전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매트릭스」가 그러한 도전에서 홍콩영화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와 일본 만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소들을 차용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수십편의 영화를 짜깁기한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암울한 미래세계나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인간 전사들의 설정 역시 이미 낯익은 전리품이다. 그러나 비록 영화적으로 일본과 홍콩의 영향력이 지배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감독의 연출력은 자신감에 차있다.
「매트릭스」는 2199년이라는 미래세계의 시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1999년을 가상의 현실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새로운 공포와 긴장감을 준다. 영화적으로 「매트릭스」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디지털세계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함께 「시추에이션 액션」을 만끽하게 만드는 힘에 있다. 「바운드」로 주목을 받았던 워쇼스키 형제는 이 영화에서 역시 복잡한 플롯과 현란한 영상으로 관객을 압도해 나간다. 「영화는 그래픽의 언어」라고 보는 감독의 시각처럼 「매트릭스」의 언어는 만화적이며 리듬감이 넘친다.
2199년, 인공두뇌를 가진 컴퓨터 AI는 새로 태어나는 인간들의 에너지를 받아 생명을 연장해 가고, 인간들은 AI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매트릭스에서 1999년이라는 가상세계를 살아간다.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AI와 맞서 싸우는 모피스(로렌스 피시번) 일행은 예언에 따라 자신들을 구원해줄 「그」를 찾아낸다. 모피스 일행으로부터 「그」로 지목된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기계에 의해 지배되는 매트릭스의 현실을 보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훈련을 받지만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확신은 없다.
한편 모피스의 일원 중 사이퍼는 현실의 위협을 견디다 못해 다시 가상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동료들을 배신할 음모를 꾸민다. 자신의 실체를 확인받기 위해 모피스 일행과 매트릭스로 들어가게 된 네오는 적의 공격을 받고 사이퍼에 의해 현실세계로 돌아갈 탈출구마저 봉쇄당한다. 간신히 매트릭스를 탈출한 네오는 AI에 붙잡힌 모피스를 구하기 위해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간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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