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컴업계, 아.태시장 바닥권 탈출.. 호황 "부푼꿈"

 지난 한해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아시아 컴퓨터시장에 올들어 봄바람이 불면서 이 지역에 거점을 둔 미국 컴퓨터업체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게이트웨이를 비롯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컴팩, 애플컴퓨터 등 주요 컴퓨터업체들은 지난 1·4분기 동안 세계 PC시장이 17∼1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한 몫했던 아시아지역 영업에서 역시 빠른 속도의 회복세를 경험했다.

 세계 2위 PC직판업체인 게이트웨이의 경우 이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9960만달러의 순익과 22% 늘어난 21억달러의 매출로 보기 드문 호황을 기록했는데 특히 PC판매는 42% 늘어났으며 여기에는 96% 증가한 아시아지역 판매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총 202억달러의 매출과 15억달러의 순익으로 5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IBM도 지역별로 아시아에서의 실적이 좋았다고 밝혔으며 컴팩 역시 미국시장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시아시장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컴팩의 지난 1·4분기 아·태지역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0% 늘었으며 이전 분기보다도 8%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 회계연도 3·4분기인 이 기간에 2억9000만달러의 순익과 29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월가 분석가들의 당초 예상치를 가볍게 넘긴 선도 일본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났다고 밝히면서 아시아지역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견해에 동감을 표시했다.

 이 업체는 일본 외에 싱가포르, 대만,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상당한 호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 행복한 업체 중 하나다. 특히 일본에서는 미국에 이어 가정용 매킨토시 「i맥」의 인기가 재연되면서 덩달아 데스크톱PC 시장점유율도 18%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 휘파람을 불고 있다.

 이에 고무된 애플은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하는 등 아시아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들 업체의 실적이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이어지는 대세인지, 아니면 계절적 요인에 의한 단기 현상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이들이 아·태지역 컴퓨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호전된 지표는 컴퓨터 경기가 일단 바닥에서 벗어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두번째이자 아시아지역 최대시장인 일본에서는 지난달부터 소규모 사업자나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PC세금 공제제도」가 PC 수요를 촉진시킬 결정적 호재로 꼽히고 있어 올해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의 가정용 PC수요가 불붙기 시작한 것이 아시아시장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환율 안정과 지속적인 가격 하락세가 수요를 활성화시킨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온라인 뉴스인 「아시아 비즈 테크」는 일본에 있는 2만여개 소매점의 PC판매가 올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3월 마지막 주에는 작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무려 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시장의 무기력 속에서도 지난해 인도와 함께 아·태 PC수요를 주도했던 중국 역시 상승행진을 유지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 지역 노트북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관세청이 집계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수입된 노트북 물량만 해도 총 3만70대, 금액으로 5200만달러 어치에 이르렀으며 이같은 증가세는 올해도 그대로 이어져 지난 1월 한달 동안만 2228대(910만달러)의 노트북PC가 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트북 수입량의 증가는 가격하락과 맞물리는 것으로 평균 수입단가도 97년 2579달러에서 1725달러로 급격히 떨어졌다.

 IDC의 키티 포크 책임연구원은 따라서 중국과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시장의 강세가 지속된다면 지난해 말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아·태 PC시장은 올해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어 사상 최대 출하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편 아시아시장의 본격적인 활성화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US 뱅코프 파이퍼 제프레이는 아시아지역 PC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한 건 사실이나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정부기관 수요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상용시장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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